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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나는 화

두 아들 아빠 2008. 12. 29. 20:18

 

  가족에게 다정다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잘해주다가 사소한 일로 버럭 화를 내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한 번에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가장들이 있다. 화를 내는 정도가 도를 넘은 경우인데 착각하기 쉬운 것은 그래도 잘해 준적이 더 많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남편과 아버지가 또 언제 미친놈처럼 화를 낼 것인가에 대해 늘 조마조마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 평소에 잘해주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화를 내는 입장에서는 아애 무관심과 방치를 하면 화를 낼 일도 없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도 해보지만 얼마가지 못해서 또 화를 내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신도 가족도 힘들어 지기 마련이다.

 

가족 간에 관계성에서 일어나는 화는 여러 가지 경우와 측면이 있다. 먼저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화를 내는 경우 부모의 눈에 자녀가 못마땅한 언행으로 인하여 화를 내는데 자녀가 스스로의 언행이 부모의 화를 불러 오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때 화를 내면 자녀들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반발심이 먼저 난다. 분명한 잘못에 대해서 부모가 화를 내고 매를 들 때는 자녀도 수긍하고 벌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문제는 부모가 화를 내는 일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 기분에 따라서 화를 내기도, 안 내기도 하면 아이들은 헤 깔리기 십상이다. 그 빈도가 잦으면 자녀들은 부모 마음대로 법에 의하여 화를 낸다고 확신하게 되고 그러면 오전한 훈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져 심각한 사태가 일어난다.

 

아직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의 인격을 무너트리는 일이다. 자녀가 일부러 부모의 화를 돋우는 경우인데 여기에 부모들은 여지없이 걸려들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수를 다 읽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봐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자녀가 부모의 정신 상태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참는 경우가 더 많다. 자녀가 부모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맞다.

 

자녀의 언행에 대해서 극도로 화가 났을 때는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이놈 바라! 내 인격을 무너트리려고 하내!” 라며 잠시 진정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말이 쉽지 그렇게 하려면 부단한 수양을 쌓아야 한다.

화를 참는 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고 추궁해야 하는데 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논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애초에 자녀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화를 자주 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봐야 한다. 첫째는 여성과 남성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함이다. 여성과 남성은 대화의 방식도 사고방식도 크게 다른 면이 있다. 화를 내는 일은 대화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난다. 이런 차이에서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 잘나와 있는데 예를 들자면 여자는 문제가 생기면 수다를 떨며 대화로 풀고 남자들은 관계를 끊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려면 이 책을 필독하길 권하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열정이 엉뚱한 대로 튀어서 그렇지, 사람은 열정이 없으면 반쯤은 죽은 사람과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방식이 다를 뿐 역시 화를 낸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아애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화를 표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조심할 것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 의도가 전달되기도 하지만 열정적인 사람에게 그렇게 했다가는 도리어 엄청난 분노를 불러와서 뒷감당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분노를 조절 기능은 뇌의 전두엽인데 살인마의 경우는 이 전두엽의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욱하는 성질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분노의 조절기능이 집단적으로 고장 난 것으로 그 이유는 개인과 성장과정의 성향과 차이에도 있겠지만 사회, 문화적인 문제가 더 크다.

 

먼저 개인과 성장과정의 문제를 살펴보면 결벽증 등이 있는 경우와 자랄 때 부모로부터 관용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자기 자녀에게도 부모가 하듯이 똑 같이 한다. 따라서 화를 자주 내게 된다.

 

우리 사회가 정의가 분명이 서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인간사회가 어느 정도는 악이 승리하고 착한 것이 바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사회는 그 정도가 너무 크다는데 문제가 있다. 나라와 이웃을 팔아먹은 자들이 호령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인간은 선을 따르고 악을 멀리하는 천성이 있는데 그러함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 악에 굴복하고 비굴하게 살아 온 영혼이 결코 순탄 할 수 없다. 이런 것이 심리적으로 내재되어서 언젠가 분노로 폭발하게 되어있다.

 

필자는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치는 대학생 이상은 그렇다 쳐도 어린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단으로 사람 죽이는 연습을 한 교련이 한국 남성들의 영혼을 황폐케 했다고 진단한다. 이로 인하여 어린 시절에 전두엽이 손상된 일이다. 그래서 사소한 접촉 사고나 끼어들기만 해도 길거리에서 멱살도 예사로 잡고 주차 문제로 살인까지 불러 오는 전투적인 성향이 되었다고 본다.

 

교련은 받은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받지 않은 어린 세대와의 단절로도 나타난다. 고등학교 때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소말리아나, 우간다의 소년병이라는 끔찍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주) 교련 : 고등학생들이 교련 수업을 받게 된 것은 1698년 예비군이 창설되고 이듬해 1969년부터다 (여고생은 1971년).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일명 '김신조 사건'이 그전 해에 일어났기 때문에 전 국민을 군사훈련을 시켰다. 교련 교육은 유신헌법을 만든 전 해인 1971년부터 한층 강화됐다. 대학생 교련은 1981년부터 2학년까지로 줄었고 1989년에 폐지됐다. 고등학교 교련은 1996년에 군사훈련이 없어졌는데 1953년생(55세)부터 1980년생(28세)까지 27년간 학교 운동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총검술을 배웠다.

 

미군은 현역병을 대상으로 정신이나 심리치료 전문가가 부대마다 배치되고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신심리치료를 한다. 월남전에서 돌아 온 사람들이 사회의 부적응으로 오래 동안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는데 대한민국의 경우는 발 다리가 잘린 상의군인과 최근에 고엽제만 문제지, 정신적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전쟁은 광기에 의해서 벌어지는 일이고 이를 치룬 사람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마초사회에서 마초처럼 살지 못한 사람들은 가정폭력범이 되기 쉽다. 마초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을 인격자로 내세우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이 좋아서 양보하고 참는 것이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라고 손가락질하기 때문이다.

 

고도한 수양을 쌓지 않은 사람이 인격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인격자 인척 하여 그 안에 억울함이 내재되어 있다가 가정이라는 태두리 안에서 권력자가 되면 그동안 쌓인 억울함이 분노로 표출되는 일이다. 이런 저간을 알고 있었는지 국가도 가정 폭력에 대해서 무관심할 뿐 아니라 방조 한 측면이 있다.

 

마초가 아닌 아버지는 자신이 받은 피해를 아들이 이어받지 않게 하려고 강한 남자를 요구한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인 것을... 강하지 못한데 아버지로부터 강해야 한다는 주문을 강요받으면 세대 간 단절은 물론 부자간에 큰 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떻게 치유 할 것인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그 주기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심각한 지경에 와있다고 본다. 대게는 한 달에 한번 정도라면 치유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 달이라는 주기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월급이 그렇고 여성의 멘스가 그렇다.

 

다음으론 화를 낸 기폭 사건이다. 화를 내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말을 듣지 않거나 반대로 했기 때문인데 일부러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인데 먼저 살폈지만 아내와 자녀는 아버지의 성향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한 사람이 이미 화가 나있기에 그런 것이다.

 

아내와 자녀가 자신의 소유이며 자신이 모두 거둬야 한다는 강박이 화를 자주 내게 한다. 가장이 책임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운명론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해결책은 아니다.

 

점 더 깊숙이 들어 가보면 화는 억울함이 분노로 표출되는 일이다. 그런데 분노는 공적인 분노(公忿)와 사적인 분노(私忿)로 나눌 수 있다.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옳지 않은 일에 대한 분노가 공분이고 개인적인 분노는 사분이다. 공분이 억제된 상황에서도 사적인 분노가 증폭되어 치밀게 마련이다.

 

이 두 가지 분노의 구분을 잘할 필요가 있다. 논쟁에 있어서 종종 공분이 사분으로 치다 르는 경우인데 상대를 제압하려는 권력의 의지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논리적인 면도 있지만 감성이 더 강해서 자기가 싫은 것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듣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는 논쟁을 멈추는 일이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아도 화가 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화를 나게 한다. 대한민국의 가장들이 해당되는 부분인데 이런 생각을 한번 했으면 한다.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아내와 자녀에게 이렇게 화를 낼 수 있을까?’

더 낼 거라고!

할말은 아니지만... 그럼 빨리 죽는 편이 자신과 가족 모두를 위해서도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