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글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위 제목처럼 아들과 수학 공부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면 될 것을 뭘 그리 잘 가르친다고 아빠가 직접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저 역시 시작하기 전에는 효과의 의문과 그보다는 과연 순조롭게 온전히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보름 정도를 함께한 결과 예상외로 큰 수확을 얻어서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중간고사 때 정말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와서 아이도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희 집을 찾아오셔서 가족 성경 공부를 인도해주시는 목사님이 고민을 같이 해주셨습니다.
진단 결과는 '집중력 부족' 이었습니다. 비-보이 춤과 피아노, 핸드폰... 저녁에 전혀 학구적이지 않은 가정 분위기 등등..
우선 아들이 지니고 있었던 핸드폰부터 해지를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주었던 것이지만 워낙에 고가의 것이라 지금도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어서 아내의 기기와 바꾸었습니다.
다행이 아들이 크게 억울해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자신도 뭔가가 잘못 되었고 이런 자기를 누군가 잡아 주기를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시기를 놓치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피아노는 지난 콩쿨 이후 주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비-보이 학원도 주 1회만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6월13일) MBC에서 토고와의 축구경기 전에 축하 쇼를 하는데 아들이 다니는
'익스프레션' 팀이 공연을 합니다. 그동안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아들은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잘 참고 있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그런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고 위로를 해 주었는데, 자신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매일 저녁에 저와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학년 때의 기초가 부족하고, 워낙에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저도, 아들도 어려웠습니다. 문제를 잘 풀어내는 것보다는 집중력을 높이는데 더 역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들 옆에 꼼짝없이 같이 앉아서 두 시간 이상을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감정 조절이 안 되어서 언성을 높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학습의 효과를 볼 수 없지요. 이에 관한 도움과 이해는 목사님이 해 주셨습니다. 수학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언어입니다. 수학적 언어를 인지하는데 거리가 먼 것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지요. 어른들이 볼 때 답답함이 바로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집중력이 점점 높아지고 이제는 스스로 두 시간 이상 꼼짝없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는 아들이 많은 이야기를 저에게 합니다. 공부와 같이 얻은 아주 큰 수확입니다.
아들에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그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 중에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이보다는 왜 공부를 하느냐? 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녀보다도 부모가 먼저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균형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뭐 하나만 특별나게 잘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합니다. ‘먹고사니즘’ 에서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현실적이고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자기 혼자 먹고 살려고 하면 그리 힘든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고, 이끌어 갈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돌보는 이상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차고도 넘치는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지요.
세 번째 공부는 ‘자기완성’을 이루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무지해서는 세상의 이치와 하나님의 사명을 이루어 갈 수 없는 것이지요.
기말고사가 끝나는 7월 13일까지는 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