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세 번째 울 아들!
어제 오후 5시 아들 학교의 축제에 세계적인 비-보이 댄스그룹인 '익스프레션 크루'가 왔습니다.
전율-환호-탄성-경악-열광이었습니다. 그들은 역시 세계적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습니다.
지금 흐르는 숙명여대 가야금 가락에 맞추어서 가면을 쓰고 전율을 느끼는 춤을 시작으로 일순간 강당 전체를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습니다.
관람을 보러 온 인근의 사 십 여분의 중,고등학교 교장샘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았습니다. 이런 팀의 공연은 대학의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 축제 뒤풀이 때 그분들의 술잔을 엄청 받아 마셨습니다.
열연하는 울 아들!
작년 이맘 때 아들의 손을 잡고 익스프레션 연습실 문을 열었을 때 나도, 아들도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몰랐습니다. 아들의 춤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 늘어 갔습니다.
춤을 배운지 3개월 만에 팀단장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여 준팀원이 되었습니다. 수강료 면제는 물론 팀원에게 부분별로 개인지도로 받게 되고 의상협찬사에 나온 옷을 입고, 정식 공연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브레이크 댄스는 크게 파워무브와 스타일무브로 나뉩니다. 몸이 유연한 아들은 스타일무브에 강합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롯데월드에서 공연을 혼자 보러 간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의 몸동작과 눈빛에서 브레이크댄스에 깊숙히 푹 빠져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감성'이라면 '아버지는 이성'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부 사랑'이라고 합니다.
춤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팀 형들이 춤을 배울 때는 엄청 힘든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와 의절까지 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너는 무임승차이다."
"네가 진정으로 브레이크 댄스를 사랑한다면, 비-보이가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는 껄렁한 아이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네가 전교학생 회장이 되는 것으로 보답을 해라. 더 이상 비-보이가 비주류가 아니라 학교에서도 당당한 주류임을 중명하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들이 대한민국의 비-보이 일 세대라면 너는 다음세대를 열 이 세대이고, 그들과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말을 두 달전에 익스프레션팀 단장에게 말을 했고 단장은 축제 때 공연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비-보이가 학생회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춤에 미치면 아내와 남편, 자식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나를 버리는 일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마저 버릴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더구나 순간적으로 온 힘을 쏟아내는 브레이크 댄스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체 평균이 낙제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학기말 고사 한 달반 전부터 매일 저녁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시켰습니다. 겨우 70점을 넘겼습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또 다시 낙제점수를 받아왔습니다.
공부에 집중을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피아노 레슨도, (아들은 배경음악 두 번째로 흐르는 마리오네트 퍼포먼스 중간에 나오는 아멜리에의 OST 피아노 연주를 악보를 구입해서 스스로 완벽하게 연주합니다.)
춤도 학생회장도... 저 혼자 결정 한 것은 아닙니다.
저와 아내는 아들의 춤을 열열이 밀어주시던 목사님의 권면을 받아 들였습니다.
목사님의 표현대로라면 지금 아들의 머리는 경작이 전혀 불가능한 '자갈밭'이라고 합니다.
아들이 내달 말에 있는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면 당선은 따 논 당상입니다. 아마도 후보가 혼자라서 무투표 당선까지도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 내려놨습니다.
성적이 조금이나마 오르면서 학생회장이 되는 것은 지지하나, 춤 하나로만 되는 것은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여 줄 것이 없는 학생이 대표가 되어서는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남과 자신에게도 독이 된다는 것이지요. 만일 공부도 잘하면서 춤도 잘 추면 더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남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결국 아버지가 학교 일을 한 것을 얹어서, 춤이 힘을 발휘한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을 춤에 걸게 된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뭐 하나만 잘하면 된다.' 이 말은 이해찬 전총리가 교육부 장관 시절에 나온 말인데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특기가 있는 학생이 모든 과목을 잘 해야만 대학에 가는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율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이총리를 손가락질 합니다.
사람은 균형감 있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사고이지요. 공부를 돈 벌이로만 인식을 해서 공부가 주는 정신적인 의식은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주는 유익을 스스로 반감 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어설프게 하려거든 안 하는 게 낫다는 말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특기 하나만 가지고 밥은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뭘 먹고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세상의 공부를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배우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조건이 허락 되었는데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죄악입니다.
미리 선약된 축제 무대를 마지막으로 춤을 1년간 끊기로 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 성적이 오르지 못하면 아예 못하게 할 것입니다. 아들의 춤솜씨는 이미 프로의 80% 가량에 도달되었고 내년쯤이면 어느 프로 팀에서도 받아 줄 실력이 됩니다. 그 때는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만일 이번에 강력하게 잡아 주지 못하면 내년쯤에는 집을 나 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때론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는 주변에서 강력하게 붙잡아 주길 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커서 하는 말이 왜 그 때 나를 강하게 잡아 주지 않았냐고 푸념을 하는 것이지요. 이유있는 푸념입니다.
자녀 교육은 원칙이 올바로 서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하다는 원칙입니다. 우등과 열등은 그 다음 문제이지요. 노력을 하지 않고 포기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녀 훈육과 교육을 게을리 하거나, 잘못하면 큰 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토요일 이번 공연 연습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익스프레션 연습실 가는 아들이 전에는 늘 사복 차림이었는데, 교복을 주섬주섬 입고 가더군요. 아! 아들이 메세지를 주려고 교복을 입고 가는구나!
나! 학생이거든~
하필 그 전날 방송국에서 비-보이의 하루를 촬영한다고 하고, (울 아들 나이가 어리니 당연이 주목을 받았고)토요일에는 프랑스에서 제일가는 비보이 팀이 왔는데 여자이지만 성인과 춤 솜씨를 겨루어서 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프랑스팀은 한국에 와서 중학생과 맞짱을 떠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들은 아직 정신과 육체가 더 커야 할 때 입니다. 보름 전부터 학교가 끝나면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엄격한 감시(?)하에 밤12시 30분 까지 공부를 하고 옵니다. 하루 과제를 마치지 못하면 2시도 넘깁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교회로부터 아비로서의 영향력을 박탈당한 것입니다. 아들은 교회의 권위에 승복을 했습니다. 울 아들 사춘기를 참 치열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겨울 방학 때는 그동안 격렬한 브레이크댄스로 무리한 몸을 돌보기 위해서 운동과 치유 함께 되는 수영을 시키려고 합니다.
아침에 아들에게 지난 춤에 관한 모든 추억은 아주 좋은 꿈을 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아들은 몸으로, 저는 마음으로 춤을 같이 추었습니다.
지난 일년, 아들 만큼이나 저도 행복했었습니다.
꿈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들에게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냅니다.
끝으로 어제 공연을 해준 익스프레션 단원들과 단장님께 깊은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여 계속해서 세계적인 비-보이그룹으로 우뚝 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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