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퍼포먼스 'THE MARIONETTE' 감상후기>
2006년 9월 15일부터 10월 15일 까지 했던 expression Crew와 Newest의 ‘THE MARIONETTE’의 진보된 작품으로 2007년 1월 12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3월 11일 까지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 역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본래 비보이 유닛 제 8회 대회에서 게스트 퍼포먼스로 쓰여졌던 8분 남짓의 줄 인형과 인형사의 화합과 갈등을 다룬 단편적인 쇼 케이스 비보이 퍼포먼스에서 시작되었다.
비보잉의 관절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듯 한 절도 있는 춤동작이 마리오네트 인형의 움직임과유사한 데에서 착안하여 인형의 동작을 모방하고 인형사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 작품은 인터넷 UCC 동영상의 형태로 알려지게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비보잉 팀으로써는 국내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더불어 이 원형 마리오네트의 이야기에 내용과 살을 덧붙여 장편극 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막과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한 젊은 남자가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마리오네트 극장에서 인형극을 선보이고, 세월이 흘러 새로이 인기를 얻은 마술쇼에 자리를 내어주게 되기까지의 6막의 과정을 메인플롯으로 설정 그 가운데에 한 인형과 그 인형의 공연을 매일 보러 오는 소녀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서브플롯으로 삽입되어 있다. 인형을 조종하고 싶어 하는 인형사와 줄을 끊고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인형과의 갈등과, 소녀와 인형의 사랑이야기를 대사 없이 몸으로 표현하는 이 작품은 무언극이라 할 수 있고, 춤으로만 내용을 전개 해 나간다는 데 있어서 무용극이라 할 수 있다. 또, 가면을 쓰고 작품을 연출한다는 점에서는 가면극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면에 있어서든 대사가 없다는 점에서 이야기전개는 막간에 환등기(projector)를 이용하여 하고 있다. 여러 평론가들에 의해 환등기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점에서 서사극적 요소가 도입되어 막과 막 사이의 단절을 통해 배우들이 쉼 없이 끝까지 연기하기에는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는 비보잉의 특성을 보완해주는 실용적 측면과 비보잉 만으로 세세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 할 수 있고, 동화(童話)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막간의 잦은 단절과 서사극적 장치를 동반 해 내는 소외효과가 반대로 극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아코디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미 클래식한 음악으로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의 특성상 더욱 극에 몰입 할 수 있게 하는 환등기의 역할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환등기와 아코디언 소리는 중년층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발한 아이템으로 작용된다. 또한, 막간의 퍼포먼스를 한번 씩 보여주고 그에 맞는 스토리를 얘기 해 주는 것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배우들에게는 다음 막의 준비를 하기위한 여유 시간이 제공되는 이점도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비보이 퍼포먼스와는 다른 무대 장치와 시설, 조명 등으로 인해 한층 신비감을 주는 분위기 조성과 서정적인 느낌을 내는 마리오네트의 독창적인 요소를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 하고 있다.
한 인형사가 인형극에 쓸 인형을 고르기 위해 인형가게를 들른다. 진열되어 있는 여덟 개의 인형을 보고 실을 걸어 하나하나 조종해 본다. 첫 번째 인형(Kandol)은 너무 가볍고 경망스러워서 실격. 두 번째 인형(Kaybee)은 너무 무겁고 육중해서 조종하기 어려우므로 실격. 세 번째 인형(Snipes)은 너무 교활하고 영악함 때문에 실격. 네 번째 인형(Mute)은 잘난 척을 해서 실격. 다섯 번째 여자 인형(Amelie)에게 추근대는 인형사는 거절당한다. 그러는 도중, 인형사는 한 쪽 구석에 놓여진 고장난 인형(Jino)을 본다. 그 고장난 인형과 반짝이 인형 둘, 그리고 비트기계와 여러 악기를 꺼내어 즐겁게 춤을 춘다.
이것이 1막의 내용이다. 내용 중 전(前) 작품과 달라진 점은, 새로운 멤버와 뉴웨스트 단원들의 대거 출연으로 인한 방대해진 스케일, 두 개의 반짝이 인형과 여러 악기들이 추가 된 것이다. 여기서 이 두 인형은 각각 파워무브와 프리즈로 강렬한 색채를 띰과 동시에 흥분된 분위기를 점점 더 고조시킨다. 또. 진열된 인형들이 기타, 드럼, 심벌즈, 색소폰, 턴테이블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참신하고 새로운 발상이다. 그것에 맞추어 비트박스로 악기들의 음색을 묘사하는 것도 비트박스의 신비감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음악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James Brown’ 의 'I feel good' 이 추가됨으로 더욱 흥겹고 펑키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생략된 음악도 있었으나 새로 짜여진 음악과 안무의 전개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어진다.
2 막에서는 새로운 인형친구가 나온다. 2막의 방대한 스케일의 퍼포먼스를 간소화 시켜 실로폰 중심의 음악은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더 인형을 조종한다는 느낌이 나는 대목이다. 진짜 인형과 배우들의 연출된 인형. 이 두 인형들이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고, 뒤따라서 똑같이 무브를 재현해 내는 부분에서 배우들의 많은 연습과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또, 실제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극을 선보임으로써 극중극 형식이 작용되기도 한다. 인형 조종사들이 복면을 쓰고 호흡을 맞춰 안무하는 것에서 굉장한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전지적 인형사가 무대 2층 조종대 에서 총 조종을 하고, 인원을 축소하는 데에서 깔끔함과 심플한 느낌이 왔다. 여기서 잠시 무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무대는 대학로 씨어터일과 흡사하지만 약간 다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원형돌출무대로 씨어터일의 무대가 사각으로 되어 있는데 비해 반원 모양에 걸쳐 객석이 있는 것을 보니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객석 인원은 322명 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무대가 낮고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할 수 있는 무대 스타일이 비보잉의 공연 방식과 잘 맞는 것 같았다. 또, 기존의 마리오네트는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 무대와 객석 때문에 측면에서 관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퍼포먼스는 자투리를 내지 않고 객석의 세 열(A열,B열,C열)의 삼면 어디서 보아도 정면 퍼포를 보는 듯한 느낌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8분 마리오네트 원작을 기존에서는 두 파트로 나눴지만, 이번에는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 중, 중반부의 반복되는 안무 부분을 부채모양으로 펼쳐 측면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또, 마법사 부분에서도 가면 퍼포먼스를 할 때, 세 팀으로 나누어 세 면의 객석에 다 보이도록 하였다. 거기에서 관객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돋보였다. 하지만 2막의 스케일링한 특징적인 요소를 대폭 감소시킨 것 같은 느낌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마법사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 인형들에게 영혼을 주어 교란시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마술사가 인형에게 영혼을 불어넣고, 인형사가 그 인형들을 조종하고 인형들의 반란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서는 비보잉 양식의 특성과 메시지가 긴밀히 연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인형들이 인형사에 반발하여 그의 조종을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된 이 반발은, 그에 동조하는 인형과 인형사 또는 그의 영향 아래 있는 인형들간의 갈등과 투쟁으로 확대되고, 그 인형사 자신도 스크린에 나타나는 신(神)적 손에 의한 조종을 받기에 이른다.(여기서 신적 손을 묘사하는 환등기의 역할은 매우 적절했다.) 이와 같이 8분짜리 원작과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던 작품에서 더욱 큰 지배자가 나타나고, 그 아래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형사의 모습도 나타난다. 그 안에 담겨진 고도의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다면 작품을 정말 잘 감상한 것이다.
그리고 간수와 죄수. 이 막은 특별히 바뀐 부분이 없다. 코믹한 음악과 댄스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빨간모자 소녀와 함께 공연을 즐기며 죄수의 코믹댄스, 뱀쇼로 이어진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웃기는 데에 충분했고, 이 과정에서 진지하고 심각했던 분위기를 한결 느슨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막이 된 것 같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마법사’ 부분도 크게 보강되어졌다. 특수형광조명을 이용한 이 막은, 흰 물체는 밝은 보랏빛 계통의 색으로 빛나고, 형광물질이 입혀진 물체도 빛이 나게 하는 특수 조명을 이용하여 정말 마술같은 신비한 분위기와 퍼포먼스 연출이 가능하다. 마법사가 마술을 보이는 장면과 더불어 특수조명의 도움으로 새로이 추가된 내용인 소녀를 위한 기사가 되는 꿈을 꾸는 인형 장면을 연출하는 부분에서도 특수조명을 이용한 퍼포먼스가 시연되었다. 박쥐와 용, 괴물 등이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게드전설을 보는 듯 했다. 거기에 추가된 모 CF 패러디와 영화 ‘ET’ 중 자전거 타고 나는 부분을 완벽하게 묘사한 배우들의 호흡 또한 대단했다. 이런 막 중간중간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부분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대 2층의 주황색 형광 박쥐(?) 와 스크린 뒤에서 그림자놀이 형식으로 만들어 내는 용과 괴물과 인형의 사투를 보고나자 ‘이제 이 공연은 업그레이드를 한답시고 거품을 덕지덕지 붙인 것’ 이 아닌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탄생시킨 최고의 작품’ 이라는 생각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는 경지에까지 오른 것 같았다. 거기에서 인형사, 인형 vs 마법사, 마법사 똘마니들간의 대결도 인상깊었다. 인형의 내적 갈등 밖의 외부에서 두 세력이 맞부딫힌다는 점에서 한층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점들을 봤을 때 배우들의 연출 실력, 무대, 음향 뿐 아니라 기타 부대시설, 조명 등도 작품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게 하며 완성도가 두드러지게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소녀가 죽고 난 뒤 인형이 소녀에게 올리는 ‘진혼곡’ 또안 변화가 있었다.
8분 마리오네트에서도 변동을 주어 헬륨풍선을 도미노처럼 띄워서 아기자기하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도 아름다웠고 퍼포먼스 내에서 멤버들 개개인의 개인기 실력도 월등히 높아졌다. 퍼포 도중의 덤블링이나 프리즈들이 더욱 좋아졌고 린(보조가 잡아주고 몸 앞으로 기울이기)을 할 때에도 내려가는 각도가 엄청나게 낮아져서 신비로웠다. “마지막의 ‘끽’ 하는 장면에서는 풍선을 놓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될 우려가 있고, 춤 출 때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을 봐서 관객들 쪽으로 풍선을 띄워 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새 멤버 인형을 조종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노력과 연습을 엄청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새 멤버 최지민님. 짧은 시간 안에 퍼포먼스의 궤도 안에 들어오신 것이 대단했다. 이 외에도 걸스힙합 세 분도 한층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시는 것 같았다. 뉴웨스트 분들께서 추신 에어로빅 음악에 맞춘 노가다 댄스도 재미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이나 완성도로 보았을 때 상상 이상으로 방대하게 변해버렸다. 기존의 작품의 빈 곳을 완벽하게 채워넣은 듯한 안무 구상과 연출은 마치 일부러 완성도를 낮춘 상태에서 기대에 부풀게 한 다음 대박성이 농후한 퍼포먼스로 보답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작품을 보여주신 익스프레션 크루 단장님과 멤버분들, 뉴웨스트 멤버분들, 기타 조연출, 조명감독님, 실장님, 서포터즈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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