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서울대 교수들의 반란

두 아들 아빠 2008. 3. 15. 08:33

관악의 역습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지난 1월 말에 이어서 3월10일 청와대를 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엔 환경부장관에게 직접 반박성명을 내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당초 20여명에서 70명으로 이젠 381명으로 불어났다. 전국대학이 반대 모임에 동참토록 하겠다고 하는데 각 대학에 힘을 쓰는 교수들은 서울대 출신이라서 그들이 모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초 이준구교수의 반대 이후에 감정과 다른 세력의 힘이 조직적으로 더해진 것 같다.

 

서울대 교수들이 정권에 집단행동으로 반대를 한 것은 3.15부정 선거 이후 교수단 이름으로 간간히 정권에 목소리를 냈지만 전면적인 반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이승만 정권은 끝장수를 본 것이다. 그만큼 파괴력과 영향력이 크다.

숭례문이 불타고 광화문이 헐리면서 그 앞에 해태상 마저 이전된 상황에서 관악의 불기운이 청와대를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 믿거나 말거나!

 

반대의 시기가 문제

 

서울대교수들이 왜 이명박이 당선되고 정부가 출범한 시점에서 반대를 했냐는 시기적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운하는 작년 총선 전부터 주장한 것인데 여지 것 뭘 하고 있다가 이제야 반대를 하냐는 것이다. 혹여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적으로 서울대가 밀리는 듯하여 시비를 걸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가질 수 있다.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이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구걸을 하다 시피 꼬리를 흔들었건만 한나라당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운하를 심층 분석하고 파해 쳐야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논란의 초기에 끼어들어서 쓸데없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 주어야 하는데 무관심이었나, 신중함이었나, 아니면 게으름이었나, 정치적이었나는 자문자답을 해야 한다. 반대의 시기와 서울대의 입장과 미묘하게 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진정성에 의문이 가지만 반대를 하는 것에 대하여는 대 찬성이다.

 

이명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대운하를 밀어 붙이던지, 아닌지를 따지게 앞서 확실한 것은 이번 총선까지는 거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듯하다. 아주 거론하지는 않고 장차관의 입을 빌려서 변죽은 가끔 올리고 있다. 권력의 핵심에서는 대운하를 거론하지는 않는 시점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이를 끄집어내는 것이 묘하다는 생각이다.

 

대운하 사업의 문제는 환경과 경제적 실효성도 큰 문제이지만 이 사업을 하려면 농지, 산림, 하천, 환경, 교통 등등 기존의 수많은 법에 저촉되어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기존의 법을 깡그리 지워야 한다는 심각성이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은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실용을 앞 세워 기존의 법질서를 뭉개 버리고 자기식대로의 법을 세우려는 쿠테타적 발상에 근간을 두고 있다.

 

실용은 효율이 담보되어야 하고 반드시 성공 가능한 확실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창조적 실용주의'란 정신 나간 사람이 하는 말이다. 실용은 과거 경험을 중시하게 되어있다. 그 앞에 창조를 붙이는 것이라면 차라리 '실험주의'라고 해야 맞다. 임기 내내 실험만 하다가 나라를 망쳐먹을 수 있다. 좋은 핑계거리를 내세운 일인데 창조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언제부터 슬그머니 ‘창의’로 바꾸었다.)

 

이명박은 총선 결과를 보고 대운하의 사업을 결정하려는 듯하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천했다. 총선 승리는 대운하의 대국민 허락으로 알고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대 교수들의 총선 전 반대는 진정성 여부를 떠나 일단 가치 있는 일이다.

 

서울대 교수의 반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전문성이 없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대운하를 반대를 하면 안 된다고 한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말이 서울대교수들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그래서 각과의 교수들이 모여든 일이다. 한마디로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모든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하는데 대운하를 감싸고 돌다 균형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는 서울대 학자의 자존심과 고려대와 노가다의 뚝심이 맞선 한판 승부인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

 

가능성 있는 예측을 해보자면 총선 이후에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방법과 적당한 구실을 대고 이에 상응하는 다른 사업을 제시하면서 접을 수 있다. 그게 제발 ‘한일해저터널’이 아니길 바란다. 무모하게 밀어 붙이기에는 서울대교수들의 반대로 아주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대운하 사업을 접는다면 이명박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아 진짜 레임덕 현상이 올수도 있다.

 

대운하의 규모를 축소하여 시행하는 방법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거야 말로 정말 일관성도 없는 바보 같은 짓이며 경상도 부분만 한다면 경상도 전역은 식수 고갈은 물론 환경 대 재앙을 맞을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대운하 반대를 놓고 뒤에서 서울대와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에 큰 선물을 안겨주고 이에 대하여 서울대는 이명박에게 적당히 퇴로를 열어주어서 서로의 모양새가 그리 나쁘지 않게 타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당연히 언론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다. 조중동문은 이들의 싸움이 곤혹스러운 점도 있지만 자기들의 역할이 커져서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다 노무현이 걸어 넣은 덧에 걸린 것이다. 노무현은 우리시대의 개혁의 방법으로 각 계층의 욕망과 분노를 표출시켜서 서로 격렬한 충돌로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