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에 있는 구십포 해변의 방조제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처가에 가서 장인, 장모님과 해변 구경 중에
둘이서 등대까지 걸어 왔다가 한 컷.
당시 강열한 햇빛이 있으면서도 비교적 표정 관리가 잘 되어서.....
큰아들
지난 10월4일 화요일에 아침 일찍 출근하여 오전에 꼭 처리할 일을 하고 서둘러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갔습니다. 중간고사 첫 날이어서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시험보조 감독을 나온 학부모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원 차 간 거지요.
2학년 학부모 한분이 급한 일로 나오시지 못해서 2교시에는 제가 대신 보조 시험감독을 들어갔습니다. 1학년 남학생과 3학년 여학생을 줄을 바꾸어서 앉게 하였더군요.
감독선생님은 앞에 계시고 저는 뒤에 위치하여 답안지를 잘못 작성한 학생이 있으면 답안지를 교체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너무도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가운데에서 시험을 치루어 마치 예전에 대입예비고사 고사장을 연상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들어간 시간에 치룬 과목은 ‘사회’였습니다. 문제를 슬쩍 넘겨다보니 1학년과 3학년 공히 친척 관계에 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가령 1학년은 ‘동생의 처’를 어떻게 부르나요? 3학년은 ‘백부’는 다른 말로 무엇이라 합니까?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핵가족과 부모의 형제가 많지 않은, 더구나 친척간의 교류가 제한적인 아이는 좀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들을 굳이 문제를 내어 점수화하여 등수를 매기는 것이 학교 시험인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아이에게 그 문제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니 틀렸다고 하더군요. 하긴 제가 집안의 막내이어서 어떻게 부르는지 듣지 못해서 더 그랬겠지요.
내일 두 과목 시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는대 중간 평균 점수가 어떻게 되냐고 하니까
모른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더군요. 이에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험도 일종의 게임이다. 이미 지난 시험 결과에 연연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현재 스코어는 알면서 해야 한다”고 하며, 아빠도 탁구나 골프를 할 때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한다고 하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면서 마치 아빠와 큰 공감대를 형성한 것처럼 좋아 하더군요.(속으로!~ 개념 없는 놈! )
여섯 과목의 시험지를 모두 채점한 것을 평균 점수를 내어 보았습니다. 이런 순간에 아버지들이 애써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은 너무도 어렵지만 표정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실망이나 분노 등의 표정이 나오지 않나 옆에서 조심스럽게 살피는 놈이 있으니까요.
이걸 참는다고 마지막에 숨을 몰아쉬면 앞에서의 표정관리는 꽝이 되는 것이지요.
어렵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먼저 아이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 표정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빠 저도 할 만큼은 했어요! 그런대 결과는 저도 실망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하겠으니 너무 실망하시거나 절 혼내지 마세요!”
제가 녀석의 속마음을 정확히 살폈다면 달리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채점과 평균 계산을 할 때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아이에게 말을 해줄 분석을 했습니다. 아이와 마주 앉아서 그 분석 결과를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시험 결과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무서워서 아니면, 부모를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남을 위해서 한다면 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억울한 심정이 들겠습니까? 시험 성적이 나뿐 대는 정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조건 노력하지 않아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다그치면 부모와 자녀 간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여 아버지가 집에 와서 잠 잘 때까지 T.V를 커고 있는 것은 아닌지(안방에서만 보아도 마찮가지) 어머니는 내 눈 앞에서 보이지 않아야 신경을 쓰지 않는 다고 무턱대고 학원으로 내 모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하는 특별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세상의 어떤 부모와도 이른바 궁합이 잘 맞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바가 오직 그것이니까요.
시험이 끝나는 날 시험기간에 가지 못했던 비-보이클럽(브레이크 댄스 학원)인 익스프레션으로 달음질치며 갔습니다. 자신도 제어하기 힘든, 내제된 끓어오르는 그 무엇을 해소 할 수 있는 꺼리를 스스로 찾아 낸 것이 대견합니다.
제 아이는 이제 중학교 1학년입니다. 사춘기이지요.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그 나이에 맞은 단계부터 정립 해가는 것입니다.
단지 돈 잘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인생이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 나이 정도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삶을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능력을 스스로 기르면서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기를 소원합니다. 그런 후에 아들이 선택한 길을 지지하고 격려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우리아이는 너무도 평범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아들도 저도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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