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들 방에서 나는 홀아비 냄새

두 아들 아빠 2006. 9. 7. 11:11
10821 언제부터가 큰아이의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시큼털털하기도 한 야릇한

냄새! 돌이켜보면 약 1년 전인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조금씩 나기 시작 했다.

딸이 없어서 그 또래 여자애들은 무슨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들아이 방에서 나는 냄새는 결코 유쾌한 냄새는 아니다.

벗어 놓은 양발을 코에 대고 맡아 보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에서 나는 냄새도 아니다.

방 전체에서 나는 냄새이다.

왠 일인지 요사이 목욕을 자주 하는 편인데도 여전히 냄새가 난다.

인간의 몸으로, 짐승들처럼 자기 역영을 과시하기 위해서 내는 냄새는 아닐 것이고...


세상 법으로는 성년의 나이가 만 19세 이지만, 장로교에서는 만 15세가 되면 교회에서 성인의 권리를 얻을 자격이 주어진다. 그 이전까지는 성례에 참여는 할 수 있어도 직접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 나이가 되었다고 세려를 주고, 교회의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이에 걸 맞는 믿음과 의식이 뒤 따라야한다. 왜냐하면 교회 문제에 관하여 투표권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도 모두의 찬성을 받아야만 정식 입교를 할 수 있다.

이게 장로교 헌법에 나와 있는 전통인데 어찌된 일인지 지켜지지 않는다.


큰아이가 내년이면 만 15세가 된다. 교회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의식으로 끌어 올리는 일에 교회 전체가 애를 쓰겠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육신의 아비인 내게 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먼저 자녀교육에 관하여 늘 교회에 열어 놓아야 한다.

자기 자식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키워서는 안 된다. 교회의 권면에 순종해야 하며, 결국 자녀는 ‘하나님의 자녀’임을 진정으로 고백하고 ‘교회 아’로서 성장해야 한다.


일전에 예배의 마지막 기도 때, 목사님은 왜 눈을 뜨고 있으셨는지 모르지만, 암튼 큰아들이 눈을 뜨고 있다가 딱 걸렸다. 목사님 말씀이 아들이 옆에 있는 나를 힐끔 보더란다.

아빠가 제대로 기도를 하는지 본 것이다.


오늘날 교회에서 주일 공 예배 때, 부모와 자녀를 따로 떼어 놓고 예배를 보는 것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다. 바뿐 주중에 얼굴 한 번 재대로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한 주의 휴일에 교회에서도 따로 떨어져 예배를 드리면 부모에게서 언제, 뭘 배운단 말인가?

혹여 강설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부모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도 어린아이로서는 아주 중요한 훈련이다. 요즈음 집중력이 떨어지며 늘 부산하고, 산만한 아이들은 어렸을 적에 부모와 함께 이런 훈련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하나님의 존재와 올바른 기도를 배운다. 주일학교의 선생님들께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나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부모의 허접함을 다 들어내고 말지만, 그 이전에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힘도 제일 세고, 모르는 것도 없으며, 한없이 너그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잘못을 하면 크게 혼을 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죽을 만큼 패거나, 내 쫒는 일은 없다. 무수히 잘못을 해도 말이다.

이게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접할 수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며, 부모란 자식에 그런 존재이다. 그러함에도 부모가 자식에게 하나님의 형상은커녕 억압하고,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함은 자신조차도 바르게 서지 못함이다.


장로교가 15세에 어른으로 인정하는 것과 이들 방에서 나는 냄새와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오늘날 사회와 과학의 발달로 20세를 훌쩍 넘겨서, 심지어는 30세가 넘을 때까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현상이 됐지만, 결코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육체적으로, 성적으로도 어른의 형상을 갖춰가는 아들에게 나는 냄새는 ‘억압에서 나오는 몸의 저항’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가 같이 있어야 하고(이런 면에서 남녀공학은 성경적이다) 부모의 쓸데없는 잔소리에서 해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30세가 넘어도 부모가 잔소리를 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그 결과 자녀들이 다 성장해서도 그저 부모 밑에 안주하려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독립을 해야 할 시기에 가정이나 사회의 수많은 억압은 결코 몸과 정신에 이롭지 않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일차적으로 냄새를 피우는 것 같다.

그런 아들에게 샤워를 자주 하라고 목욕탕으로 떠밀 것이 아니라, 부모들은 아들의 방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아니 그 이전부터 부모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아들을 진정으로 어른 대접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사회 구조가 다들 그렇게 살아와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심하게 뒤틀려 있는 면도 아주 많다. 그래서 이 세상이 술술 풀리지 않고, 뭔가 뚜렷한 이유 없이 꼬이는 듯한 느낌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왜곡된 현상에 의함이다.


(배경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내 차안에서 많이 듣더니 아들도 좋아하게 된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으로 함께 한 노래이다.)

10803

'가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여자 친구  (0) 2006.10.03
주부 명절 증후군  (0) 2006.10.02
작은 누나  (0) 2006.08.26
두 번째 베틀! 잘 했는데..  (0) 2006.08.08
울 아들 롯데 월드 베틀 공연(익스프레션)  (0) 200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