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좌우명(座右銘) 그 허접함

두 아들 아빠 2007. 1. 31. 18:32
좌우명은 간략한 말로 사람에게 살아갈 도리를 일깨우고, 권면을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가훈, 급훈, 교훈, 사훈과 모든 단체는 정체성을 들어내려고 지었는데, 심지어는 나라의 좌우명인 국훈(國訓)까지 있었다. 총칼로 권력을 탈취한 자들이 가증스럽게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구호를 내 걸었다.


단순 무식한 조폭 출신이 개과천선을 한다며 자신의 몸에 ‘착하게 살자‘ 라고 문신을 하면 모를까. 인생과 세상살이가 그렇게 단 몇 마디로 줄여서 살아 갈 수 없는 복잡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그렇게 몰고 가는 일은 사람의 사고를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위험과, 음모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온, 가장 훌륭한 좌우명은 인간의 노력(勞力)을 다한 후에 하늘의 명(天命)을 기다린다.’는 뜻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인간에게 주는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이를 뛰어 넘는 좌우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도리를 말하고 맨 나중에 가서는 관계성에 맡긴 것이다. 인본주의가 근간인 유교는 아주 합리적인 철학이다. 이 좌우명이 얼핏 보면 기독교 사상과 유사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삼성家의 좌우명


    고 이병철           이건희회장        이재용전무

 

예전에 삼성의 고 이병철회장이 이건희회장에게 경청(敬聽)이라는 휘호를 써주었다고 한다.

남의 말을 잘 들으라는 뜻인데, 자기 아들이 그만큼 남의 말에 귀를 기우리지 않는다는 속내도 담아 있다.

 

삼성은 이제 삼국지의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 했는지, 이번엔 이재용전무에게 그 아버지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서 경청(敬聽)과 함께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휘호를 주었다고 한다. 이는 아들의 건방짐을 극단적으로 경계한 면도 있다.

 

황제 같이 커온 그가 과연 삼고초려를 해야 할 인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경청'도 하고 '삼고초려'도 해야하는 부자 삼대의 앞날을 주목한다.


좌우명의 기원은 무식한 왜놈들이 우리나라의 고승이나 학식이 뛰어난 분들을 만나면 좋은 글 하나 써 주십사 하는데서 나왔다. 우리는 이보다 먼저 중국에서 받아 왔다.

그런데 이를 아직도 쓰고 있다. 지난 일년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생각 없는 대학교수 몇 명이 했다가 모든 언론사가 이에 동참하여 날뛰고 있다.


지난해 ‘올해의 사자성어’은 密雲不雨`(밀운불우)하여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써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뜻이다. 잘 쓰지도 않는 어려운 고사 성어를 찾아내서 잘 난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도통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한 나라에서 일년간 일어난 일도 한마디로 요약될 수 없다. 하물며 사람의 전 생애를 단 한마디로 축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안에 걸려있는 가훈이 돈 값어치가 있는 유명한 이의 글이라면 적절한 시기에 알아서 팔고, 아니면 다 내려놓아야 한다. 인간이 그렇게 단순하게 살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