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올바른 ‘선택’은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두 아들 아빠 2007. 3. 12. 12:49
남편이 아내의 기분을 살려주기 위해서 옷을 사주려고 함께 쇼핑을 가지고 하는 경우가 한 번씩은 있다. 잘 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다시는 너하고 같이 가나 봐라’를 하고 오히려 기분을 망쳐서 오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결국 남자의 알량한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 남편이 지르는 호통소리에 화들짝 놀라 아무 것이나 집어 들거나 나중에 다시 와서 고르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남편의 기분도 여지없이 구겨진다. 자신의 배려가 눈앞에서 당장 환호하기를 바라는 유아적인 만족감을 즐기는 남자들로써는 기분이 상 할 수밖에 없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이다. 사랑한다면서 물건을 고르는 잠시(?)의 시간도 못 참아 주냐는 항변이다.


남편과의 불편함 때문에 이후에는 여성들끼리 쇼핑을 하러 다니는데 몇 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니고는 겨우 아이들 옷과 지하 마트 매장에서 그날 저녁에 가족을 먹일 것들을 주섬주섬 담아 온다. 이에 대한 선택의 결정은 빠르다. 여성에게 주어진 유일한 결정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정권이 아니다. 좀 심한 표현이지만 한 마디로 ‘착취’다.


결정권이 주어 지지 않은 여성들은 결정을 망설이는 순간에서 일종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또한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만일 이 옷을 사면 어디에 입고 나갈까? 남들의 반응은 어떨까? 등등을 수없이 상상한다. 그리고 가격표를 보고는 슬그머니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여성들이 물건을 구매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사고의 기준이 다른 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회적인 기질로 인하여 선택의 결정을 하지 못함이다. 특히나 옷과 같은 자신의 신변에 관한 것은 더욱 시간이 오래 결린다. 이는 선택의 훈련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성중심사회였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선택과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중년 이상의 여성 중에 이런 잔재가 아직도 존재한다. 요즈음 젊은 세대는 그나마 많이 개선되었지만, 물건 구매에 관한 것만 나아졌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낮에 학교에서 종일 공부하고 엄마가 주는 간식거리 먹고는 학원에 가서 밤늦께 돌아온다.

이들 중 80% 이상은 학교에서 놀고, 졸다가 학원가서 정당히 시간 때우다가 온다. 자기 자녀는 이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학원을 다니면서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그 부류에 속한다.

 

학원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성적과 관계없이 꾸준히(?) 다니는 학생들이 다 먹여 살린다. 당장에 학원을 때려치우고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그들에게 생각 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고작 간식거리 메뉴의 선택이나 주어진다. 공부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도 말살하는 짓이다.

 

자유분방함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다르다. 현대 사회와 가정은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어지지 않음은 물론이고, 실패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애초부터 박탈과 거세를 당 한다. 이에 대한 대가는 위에서도 살폈듯이 반듯이 더 큰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 나이에 걸 맞는 선택권을 주어야 하는데 어른들의 잣대를 들이 대기 일 수 다. 그것도 전혀 논리적인 설득도 없이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의 자녀에게 주어진 선택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곰곰이 따져 보면 확연히 안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아무것도 없다. 이를 애정과 보호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선택의 훈련이 없음은 '처녀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염치없는 아줌마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아줌마들은 이제 겨우 작은 선택권이 주어져서 이를 다루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아내의 의식을 진정으로 올리고 싶거든 집안의 거의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박탈된 선택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남자들은 기획, 도전, 의식면에서 능력이 있고, 여성들은 관리, 화합, 수습에서 남자를 훨씬 능가한다. 이 세상과 가정이 좀 더 풍요롭게 되고 싶다면 집안일은 물론 모든 면에서 여성들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하여야 한다.


***

김미화씨의 균형감이 떨어지고 배려함의 부족은 본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념 없는 김미화’ 를 읽은 아내와 큰 아들이 연합하여 질책을 했다. 이를 받아들이며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