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가지 전 날 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의 준비물을 같이 챙겨 주면서
디카 카메라는 가져가겠다고 하기에 꼭 30년 전에 다녀온 나의 수학여행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에게 식판 사진도 찍어 오라고 말을 했다. 나 때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 아이의 말과 사진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사회에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사진과 일부 자극적인 문구도 사용했다.
다만 시기와 학교, 숙박지는 밝히지 않았다. 거의 모든 포털과 언론이 이를 다루었다.
최초 기사가 나간 후 학교와 숙박지를 밝혀 달라는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 문제는 특정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다.
세상에 이런 가증스러움도 없다. 모두가 알고 있던 일이 기사화 되니까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 하고 짐짓 흥분하는 것이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40대 이후 사람들은 김치나 깍두기 반찬 하나에 도시락을 맛있게 먹던 시절에 여행지에서 밥을 엎어 버렸다는 사실은 심각한 사태였다. 그 이후 계속 이어져왔으며 모두 외면하고 왔다. 큰 불의함이 판치는 세상에 작은 불의는 그냥 넘어가게 되어있다.
내가 눈감은 불의함이 자식 대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 기사로 노심초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다만 마녀 사냥식이나, 예전에 군대에서 저질렀던 시범케이스 식으로 기사화 된 해당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는 짓은 자신을 의롭다 하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크나 큰 가증스러움이다.
여론이 이정도 반응하면 과거 정권 같으면 청와대가 나서서 조사를 지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를 믿는다.
난 우리사회에서 넋을 놓고 있던 부분에 불방망이를 던졌고 국민의 양심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러면 된 일이다. 앞으로 이런 짓을 하기 어렵다. 공론화 되었고 모두가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뻔뻔함과 몰염치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원칙과 상식에 얼마나 벗어나 있었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숙박업소운영자와 학교장은 우리사회에 약자는 아니다. 하지만 업소의 종사자와 교사는 그렇지 않다. 이분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머리 숙여 죄송스러움을 표한다. 또한 내가 느끼고 보고 들은 곳이 경주라서 그렇지 경주에 관한 개인감정은 전혀 없다. 이웃에 아주 친하게 지내는 가정이 있는데 부부 모두 고향이 경주인 분들이다.
불의함에 대한 저항을 하지 못하거나, 양심을 팔아서 살아 온 삶은 잘 살아 왔어도 결국엔 굴욕이다. 그 굴욕은 억울함으로 고스란히 쌓이고 어딘가 분출하게 되어있다. 대게가 만만한 가정에서 쏟아 붙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정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다.
불의함에 대해 창피함을 주어 세상을 바꾸어 나갔으면 한다.
끝으로 ‘불로그로 세상을 연다.’는 Daum 관계자 분들과 이를 기사화한 모든 언론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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