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설자리 없는 아버지?

두 아들 아빠 2007. 5. 7. 22:18
 

설자리 없는 아버지?

- 언제, 어디 서 있으려 고는 했나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버지 문제에 관하여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을 집어내기 보다는 그저 어쩔 수 없는 세태만 한탄 한다.


아버지 노릇이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돈 벌어오는 기계로만 전락되었다. 이는 아버지로서 마땅히 해야 할 교육을 자신이 벌어 온 돈을 들여가며 남에게 모두 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의 고착은 아버지들의 설자리를 더욱 좁혀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잠자리와 먹을 것 그 외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사람으로 남고 있다. 눈치를 보면 어떨 때는 상당히 억울해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른 아침에 나가서 온 종일 일하고 저녁에 들어와서 아내가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자리에 든다. 예전에는 따분함이라고 했는데, 나이를 점점 먹어 가며 불평도 적어진다. 이런 날이 최고로 운이 좋은 날이다.


아버지!

- 당신은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자식들이 두려워 할 뿐이지 진정한 강자들은 아니었다. 물론 섬뜩함은 있었다.

그래서 부당하더라도 항거 할 수 없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서 뭐가 그리 부당했었는지 잘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당신들은 늘 불안해했다. 그래서 엄청 술을 마시고 초조한 모습으로 담배를 지독하게 펴댔다. 그리고 조금만 당신의 권위가 손상되는 듯하면 소리를 질렀다. 애초에 말대꾸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으셨다. 그런 모습이 당신 내면에 극도의 불안감이 있어서 나온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만일 알았다면 당신들의 손을 더 따스하게 잡아 줄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많다. 사랑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숨겨서도 안 된다. 그런데 사랑을 드러내면 유치하다고 강압 받은 당신들은 마초시대의 피해자며 동시에 피의자다.


우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억압으로 가족 내 질서를 유지하고 나중엔 좀 크면 잘 해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이제 챙겨하겠다고 나서니 가족 모두들 당신을 외면한다.


당신은 길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 어른으로 가는 아주 긴 여정이었다. 그 긴 여정 안에 당신은 한시도 머물지 않았다.


그때 당신은 처음으로 가족 안에서 단절로 벽을 처음 느낀 것이다. 먼저 당신 때문에 가족이 느낀 처절함의 단절이 수없이 지나가고 난 다음이다.

‘치사’는 차라리 사치였다. 어떤 때는 당신에게 구걸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당신은 외면을 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정신이 좀 이상한 줄 알았다. 그래서 약속을 자주 잊고,

늘 미안하다는 말을 달로 다녀서 죄도 엄청 많이 진 사람이라서 놀아 줄 수 없는줄 알았다. 더구나 엄마는 아빠를 늘 걱정하고 염려를 하는 통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가 갖고 있다고 알았다.


난 당신이 멀쩡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취미생활의 해박한 지식과 그 속에서 밝고 너그러움을 보고, 평상시에 어둡고 화난 인상을 짓는 것은 한주도 취미생활을 빠지지 않으려는 꾸밈이라는 걸 알고부터는 당신을 절대로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때 당신은 그런 나에게 화를 내다가가 이내 내가 많이 컸다고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우시는 것을 보았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이제야 터질 것이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난 아버지를 전혀 두려운 존재로 여기지 않았고 그런 날 아버지도 인정하시고 더 이상 억압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된 아들

절대로 당신 같은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고 맹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머니에 대한 관념이 정리되지 못한 것이다. 아내에게서 어머니를 찾으려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그런 나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마누라가 엄청 난리를 쳐서 놀랬다.


하루는 아이를 집근처에 있는 유치원에 데려다 준적이 있었다.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니 아이가 잰걸음으로 따라 오다가 그만 넘어졌다. 돌아서서 짜증 섞인 말로 “빨리 일어나”

라고 외쳤다.


약 한 달 전 아침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똑 같은 광경을 보고 이렇게 말했었다. “아니 애를 놔두고 저만가... 개새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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