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2. 가족, 이웃의 관계성

두 아들 아빠 2007. 7. 14. 14:35

같은 길을 갈 것인가 아님 영원히 다른 길을 갈 것인가!

 

남자들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관계성이 확장되다가 늙어짐에 따라 점점 좁아진다. 반대로 여성들은 관계성이 넓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자들은 경제활동이 우선시 되어서 경제적인 바탕을 근간으로 이웃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 관계가 끝이 나면 주변관계성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여성들은 이권에 관계없는 사이라서 떨어져 있거나 나이를 먹어도 교제가 멀어지지 않는다.

중년을 보내면서 부부가 함께하지 못하면 노년에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주변을 보면 고속도로 옆에 난 국도를 나란히 달리는 듯한 노부부가 많다. 옆 눈질을 하면 빤히 보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으며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같은 길은 분명 아니다.

남자가 사회 활동을 할 때는 고속도로를 달리지만 퇴직 후에는 반대가 된다. 남편의 퇴직이 무서운 것이 돈이 아니라 일 년 365일 하루 종일 집안에서 어떻게 같이 지내냐다.

세끼 밥을 해대야 하고, 그리 넓지도 않는 공간에서 비비기 있기도 그렇고 가만이나 있으면 괜찮은데, 잔소리를 하고 이 것 저 것을 참견한다면 끔찍하다는 것이다.

제 작년에 학교 일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 던 큰아이 학교의 교감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셨다. 나중에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대화중에 이런 말씀을 드렸다. 사모님은 아직 현직 교사였는데, 교감선생님이 퇴직 후에는 살림살이를 도 맞아 하시라고 권했다.

노년의 남자들이 아내와 함께 하는 삶을 가장 손쉽고 확실하고도 방법은 살림을 도우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같은 길을 가는 일이다. 그러면서 부인의 이웃관계를 지지해야 주어야한다.

이는 자기가 그동안 받았던 것을 아주 조금 되돌려 주는 일이다. 여기에 억울함이 묻어 있으면 자신만 더 서러울 일이다. 그 억울함은 자신의 삶이 ‘자기애’로 살아 왔으며 아내와 진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노년의 공평함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나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정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시간과 돈만 까먹고 늙은 아내를 마지막까지 억울하게 만드는 부질없는 짓이다. 이 세상은 노인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은 돌아오게 되어있는데 정신을 차려 돌아 올 때라도 온전히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게는 정신을 차라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받아 주는 데가 없어서 비참하게 돌아오게 된다.

부모세대가 혼인한 자녀 새가정에 집착하는 것은 진정한 자신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반찬거리를 부지런히 나르거나, 손주를 돌봐 주거나, 아니면 조금 있는 재산을 흔들며 독립한 자녀 가정과 연을 이어 가려는 늙은 부모는 자신들이 얼마나 눈치 없는 짓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자녀가 자신들을 봐주는 구도가 아주 오래 전 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이상 눈치 없는 행동은 하지 않게 된다.

어른이란 그동안 살아 온 삶을 통하여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신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자녀에게 자신의 실력을 다 전수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녀를 너무 어리게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어른이 되어서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가 안다고 상대를 얼마나 깔보느냐 하면, 밖에서는 자녀 나이 또래에게 반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자녀에게는 함부로 대한다.

사랑은 ‘존중’이라는 방석 위에서 하는 것이다. 존중이 없는 사랑은 다 거짓이며 사랑을 가장 한 억압이다.

노년에 새로운 이웃을 만들기는 어렵다. 중년에 맺어진 인연이 대게 노년까지 가게 되어있는데, 남자들의 경우는 이도 쉽지 않다. 앞서서 살폈듯이 경제력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젊어서 바쁠 때는 부부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시간과 여유가 있는 중년 이후 노년까지 부부가 함께 하지 못하면 영원히 다른 길을 가다가 죽는 것이다.

아직도 예전의 ‘대발이 아버지’나 요즈음 드라마 ‘하이킥의 한의사 아버지’를 꿈꾸는 사람은 꿈을 깨야 한다. 그런 아버지는 현실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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