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울음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다. 짜증이 확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어떻게 하던 달래 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애 무관심한 사람도 있다.
자기가 살아 온 어린 시절에 따라서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짜증과 무관심은 정반대 같지만 아이에게 직접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무관심했다가 짜증이 밀려오거나, 짜증을 냈다가 애써 무관심으로 돌아 버리기 때문이다.
아이가 울면 우선 달래야 한다. 울음에 대한 반응을 해주지 않는 자기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인 원망이 남아서 그렇게 된 일이다.
1995년12월10일 오후5시경에 광주에서 김포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막 돌잡이 무렵에 처남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가 이륙을 하자마자 시작하여 김포에 내릴 때까지 내내 울었다.
-나중에 생각하건데 아이가 기압차로 귀에 이명 현상이 나서 놀라 울었던 것 같다. 이, 착륙 시 아이의 귀를 막고 입을 벌리게 하면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아내와 나는 안절부절 못했다. 별 방법을 다 써도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승객의 반응도 말은 없었지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애 띤 스튜어디스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어찌 할지 모르고 당혹스러워 했다.
남 탓 일이 아니지만, 이런 일이 비행기 안에서 종종 있을 법한 일인데 얼굴이 곱상한 승무원 아가씨들은 도무지 대처를 할 줄 몰랐다.
급기야 아내가 아이를 업고 통로로 나왔지만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평소에 울음 끝이 짧은 아이었기에 더욱 당황했다.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함 마음으로 가슴마저 답답했다.
그런데 우리 좌석 앞 왼쪽에 자리한 일가족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비교적 큰, 지금의 우리 가족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 두 부부가 뒤 돌아서 아이를 함께 달래 주려고 내내 애를 썼다.
이분들이 도착 할 때까지 내내 달래주니까 다른 승객도 어찌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김포공항에 내려서 그 분들께 대충 고맙다는 인사말만 한 것 같다.
그분들을 보면서 유사한 상황에 절대 짜증을 내지 않고 아이를 달래려고 마음먹은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15년 전 큰아이를 막 낳을 무렵에 나는 일산 신도시 진입도로 현장에서 측량 담당을 했다. 길 옆에 측량기를 세우고 무전으로 교신을 하며 타켓을 이동 시키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초등하교 저학년 생 둘이서 가방을 집어 던지고 싸움을 하고 있었다.
급기야는 한 아이가 매를 맞고 울었다. 측량을 하다 말고 뛰어가서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힘이 세 보이는 녀석을 붙잡아 두고, 맞아서 우는 아이를 달래 먼저 보내고는 울린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먼저 간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 보내 주었다.
그때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그 아이가 반성을 한 것만은 기억에 남는다. 비록 간난 아이였지만 내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다른 아이들 대한 관심이 달라졌다. 그 일이 최초이기에 기억된다.
그래서 아이의 낳고 양육해 보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는가!
이 두 가지 이야기의 접점은 일어난 현상에 대한 각자의 반응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 오면서 귀찮다는 이유로 이웃을 외면하며 살고 있지만, 현상에 대한 반응이 없는 사람을 어찌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마운 분들께!
12년 전 비행기 안에서 이름 모를 젊은 부부의 아이에게 관심을 보여준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분들의 자제는 부모를 본받아서 이웃을 배려 할 줄 아는 훌륭한 어른이 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비행기 승객 여러분들께도 죄송했었습니다. 그 때 시끄럽게 울던 아이가 커서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수학여행의 허접한 식단을 사진 네 장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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