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명절 증후군의 책임은 남자들에게 있다.

두 아들 아빠 2007. 9. 23. 15:28
추석을 하루 앞두고 있다.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애야 좀 더 있다 가지 그러냐!" 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줘여 짜는 말이라서 그런가 보다. (올 때는 자기의지가 아니였어도 갈 때만은 가고싶을 때 가야 한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라는 신종병에 많은 여성들이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남성들은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보자.

 

시댁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의 직접 대상자는 여성들이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동서나 시누이와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요즘은 시아버지도 한 목 끼어들어서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율해야 할 책임이 있는 남자들은 방관으로 일관하고 고작 한다는 말이 '참으라'는 것이다.

 

자기 집 식구는 자기가 선을 긋고 해결해야 하는데 아내에게 떠 넘기가 일수다. 그렇게 해서는 자신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아내의 참지 못함으로 책망하면 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다.

 

정치란 가정에서도 있기 마련인데 모든 문제의 근원은 권력자인 시부모로부터 나온다. 시부모의 '편애'가 분란의 으뜸이며 그다음으로 형제나 자매끼리 벌이는 '반칙'이다. 미리 편애와 반칙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하지만 들어난다면 남편은 즉각 제지하고 나서야 한다. 한 두 번 넘어가 주면 일상적으로 일어 날 수 있으며 돌이키기가 어려워진다.

 

나이 들어서 고매한 척하는 시아버지가 분란의 씨앗이라면 잘 믿기 어려울 것이다.

이젠 늙어서 모든 것을 내려 놓은 듯한 시아버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고, 늘 상 불만을 토로하는 시어머니가 문제라고 하는데 속내는 그렇지 않다.

 

시부모가 중년시절에 원만히 지내 온 경우는 고부간의 갈등이 그리 심하지 않다. 그동안 남편으로부터 받은 억울함과 아들의 사춘기 이후 눈치만 보던 것을 만만한 며느리에게 쏟아 붙기 마련이다. 고부갈등의 메커니즘은 억울한 여성이 같은 여성을 또 억울하게 하는 추악한 구도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이상하다는 쪽으로 몰고 간다. 그저 여자들이 속 알머리가 좁아 터져서 그렇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의 잘못을 잘 알고 있는 아들도 공범의식을 갖고 자기 아내를 힘들게 하는데 이보다 더 미련한 짓을 없다. 부모 가정은 이미 자신의 삶을 대신 살 수 없는 이웃일 뿐이다. 몇 푼 받아먹는 돈이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시아버지들은 집안 문제에 적극적로 나서는데 균형감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멋대로 하면 문제는 더욱 꼬이기 마련이다. 가족의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 하려 하지 않고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문제 제기 자체를 억누른다.

 

크면서 자기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식은 늙어서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기 열심으로 늦 깎기 효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자기 가족을 힘들게 하고 아내를 동원해서 효도라는 이름으로 그 짓을 하면 안 된다.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짓을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자행 되서는 안 되며 명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지내야 할 권리가 있다. 일 년에 두 번이라고 누구는 참고 누구는 즐기는 것은 명절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