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홈스테이 미국청년 이야기

두 아들 아빠 2007. 12. 29. 15:52

존이 자신의 노트북 바탕화면에 놓은 사진

 

 

오하이오주 신시네티에 사는 우리나이로 21살의 미국인 청년이 12월20일 오전 11시40분 비행기로 떠났다. 처음 8박9일과 마지막 일주일을 포함하여 보름을 묵고 갔다. 처음에는 양놈 냄새가 많이 났지만 한국음식을 한 달 동안 먹어서 그런지 떠나기 몇 칠전부터는 아침에 스킨냄새 외는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몸무게가 74.4Kg 이었는데 1kg이 줄어서 갔다.


미국청년들에 관하여 아는 바는 없었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보통의 미국청년 답지 않게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폐해와 조지부시 대통령이 결코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었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모습을 보면서 성인이 된 아들과의 교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얼마나 못하며 이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영어문화권의 우월감을 빨리 느낀 것 같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공부도 많이 한 듯했고 한국문화와 음식에 관하여 관심도 많고 적응을 하려는 의지도 강했다.


큰 아들은 외국인에 대한 신비감이나 막연한 어려움을 깼고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 최대의 수확이라고 할까? 철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주보고 하는 대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있을 일상적인 대화는 완벽한 문장을 이루지 않아도 명사만 적절히 구사하면 뜻은 다 통했다.


서양인은 철저한 ‘더치페이주의’라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가 모두 부담을 하려고 했다. ‘더치페이’의 어원은 화란에서 나왔다. 인간의 관계성에서 힘과 권력이 아닌, 자기 것은 자기가 부담한다는 칼뱅주의로 무장한 초 합리주의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인데 엉뚱하게도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까지 폄하되기도 했다.


30~60년대 미국에서 만연한 행동주의 철학은 존 왓슨에 의하여 끔찍한 자녀교육법이 나왔다. 자녀를 절대로 안거나 입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아이는 부모에게 애정을 구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분리된 양육법'이라고 하는데 서양 특히 미국에서는 이 엉터리 양육법이 널리 애용되었는데 얼치기 한국인들도 이를 미제라서 비판과 검증없이  받아들였다. 아기가 인생은 냉정하고 무의미 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감정을 경멸 하면서 성장 할 수 있도록 울어도 내버려 두는 편이 좋다고 했으며 그렇기 위해서 부모와 잠자리는 되도록 일찍 떨어져 있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다.


이 엉터리 양육법은 부모에게 짐을 덜고 동시에 면죄부까지 주는 것으로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지만 오늘날 미국사회의 문제가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존의 태권도사부인 불로거 지기님은 전형적인 경상도사나이였는데 미국인들이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기 아버지와는 아주 색다른 카리스마와 부정(父情)을 느꼈을 것 같다.


우리 가정에서 두 아들과 나와의 관계성에서는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했지만 뻔한 대답을 할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서양은 지금 기독교가 퇴색하고 그 대안으로 동양의 정신에 매료되고 있다. 동양사상을 이끌어 온 유교정신이 그나마 남아있는 곳은 중국과 일본보다는 한국이다. 그들 나라에서는 기독교가 번성하지 않은 이유도 된다.


한국이 기독교가 번성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세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자본주의 발달로 인한 정신적 안식처로 교회를 선택한 것이고 두 번째는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넘어가고 개인주의로 인한 교제의 단절을 교회에서 찾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교라는 합리주의적사고가 기독교문화를 받아들이는 토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존이 돌아가기 전날저녁에 대선결과가 나왔는데 실망한 나를 위로한답시고, 미국국민은 조지부시 같은 사람을 두 번이나 뽑아주었다고 하며 그 책임을 톡톡히 치루고 있다고 했다.

그럼 나보고도 그 책임을 치룰 것이라는 뜻인가?


닉슨이 물러나게 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때문이 아니라 하고도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미국인은 거짓말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런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하며 미국인도 거짓말을 많이 하고 좋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존이 말하는 사람은 그저 일반사람이나 뒷골목의 사람들이지 대통령후보는 아닌 것이다.


공항에서 존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친밀감, 가족, 여성이라 하고, 좋았던 것이 뭐냐고 했더니 ‘다 좋았다.’고 어린아이 같이 대답했다.

존의 도착 사실을 메일로 알려주셨다.


김형,

 

죤은 20일 오후 5시쯤 렉싱턴 공항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자기 둥지인 신시내티로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거의 달만에 죤을 보니 키도 더 큰 것 같고, 행동이 더욱 의젓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 보기가 좋습니다.

 

여행이라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집을 떠나 한 달이라는 기간은 그래도 너무 긴 여행이 아닌 가 내심 회의를 하였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돌아온 죤을 보니, 그래도 고생의 티를 찾기 힘드니 한편으로는 기특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제게는 '객'을 이렇게 잘 돌봐준 김형과 두 친구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뿐입니다. 

 

저녁을 먹으며 죤이 찍어온 30일 간의 사진을 구경하였습니다.

이 넘이 그래도 영특한 것이, 만났던 사람들, 음식들, 저마다의 장소를 생생히 다 기억하고 있으니, 여행을 여행답게 한 것 같아, 애써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이 입이 닳도록 가르치면, 학생은 그 10분지 1이라도 배운 흔적이 나야지 아안 그렇습니까? 

 

신시내티로 돌아가서 한국에 관한 책을 사 차분히 더 공부하겠다고 합니다.

김형 말대로 그 나이에 걸맞는 한국학 박사 하나는 나오리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글로벌 시대에 죤의 가슴에는 친 한국이라는 정이 평생토록 죤에게 남아있게 될 것 같습니다.

죤도 거의 친 한국이라는 민간외교관이 된 것이지만, 하여간, 민간외교 제대로 하셨습니다. 김형의 가르침을 가슴으로 제대로 전해 받았으니, 이제 스스로 배우고 깨우칠 자세를 갖게 된 것까지 보니 매우 고무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형,

바쁜 틈에 죤건에 대하여 협조해주신 거 다시 한 번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런 계기를 통하여, 또 김형이라는 훌륭한 사람도 알게 되고,

모쪼록 중년의 나이에 들어, 만난 사람 중 가장 친근감이 들면서...

김형이라는 사람은 제게; "참 재미있는 친구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또한 "흠, 배울 점이 있는 친구구나" 하는 존경심도 가지게 되고.....

매우 믿음이 가는, 자랑스러운 사람입니다.

 

김형과의 인연이 좋은 인연임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훗날 좋은 세상에 좋은 추억을 같이 나누면서 한번 같이 재밌게 살아봅시다.

 

아플 틈도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건강하시고...

 

블로그에서 더 왕성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할일이 없는 저 같은 팬은 매일 들러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 켄터키에서

전 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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