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중장년의 나이가 어려운 본질적 이유

두 아들 아빠 2008. 1. 11. 21:01
 신체가 늙어가서, 돈 벌기 힘들어서, 지워진 짐 때문에, 미래가 불안해서 어렵다고 하지만 이런 것들이 중장년의 어려움의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이며 우선 이 네 가지의 실체에 관하여 살펴본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인정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이다.

중년의 여성들이 심신이 피곤한 원인은 가사나 경제활동이 아니라 가장 공을 들여서 늙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쓸데없는 노력들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에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소년과 소녀의 심성은 가지고 있다. 젊은 마음을 유지하는 일과 신체의 늙음은 별개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당연히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일은 어려움을 배가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각자가 체감의 정도가 달라 딱히 기준을 잡을 수는 없지만

욕심을 버리라고 권하기보다, 비교 우위적 기준만 갖지 않는다면 견딜 만하다.


경제활동과 부모, 가정, 자녀 문제로 인하여 어깨에 걸친 중압감을 가지고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이는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듯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하루 일과나 지난 한주의 삶을 면밀히 돌이켜보기 바란다. 자신이 이에 관하여 생각만 잠시 할뿐 실제로 행동으로 하는 것은 별것 없다.


아침에 늦잠을 자지 못해서, 회사에서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고, 퇴근시간에 막히는 차도를 원망하는 등, 거의가 자기중심적 짜증과 고민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자기가 부양해야 할 사람이 전적으로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당신이 당장 없어져도 그들은 다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불안만큼 인간의 오만하고 어리석은 짓은 없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자신이 미래를 예측하거나 누구에게 보장받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온 일이다. 인간에게 먼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죄 된 심성 때문인데 인간의 삶을 편하기 위해서다.


중년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첫째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 중압감 때문이다. 불혹의 나이는 조금만 엇나가도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 난다. 그래서 담을 쌓고 애써 외면하기도 하지만 더 큰 어려움을 불러들일 뿐이다.


둘째 불혹을 제 2의 사춘기라고도 하는데 내재적 힘이 분출하는 사춘기가 아니라 완전히 방전된 배터리마냥 그동안 살아오면서 진이 다 빠진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얻는 유익 중에 가장 큰 것은 서로에게 위안과 힘을 실어주는 일인데 이를 하지 못함은 에너지의 충전을 받지 못함이다.


셋째는 자녀가 인격체로 커가면서 부모에게 뿜어내는 영향력이다. 자녀가 어렸을 적에는 그나마 감당 할 수 있었다. 독립적인 인격체로 커가면서 상당한 에너지가 나오기 마련이다. 한집에 사는 자녀가 주는 영향은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엄청난 것이다.


이를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은 가장인 아버지인데, 예전에는 자녀에게 자신이 일방적인 영향력을 끼쳤지만 이제는 반대로 받아내야 하는데 자녀에게 좋지 못한 영향이나 방관을 했다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중년들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이 견디기 어려운 영향력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떠나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더 지친 육신만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