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부족함이란 없는 듯하다. 의식이 한 줄로 꽤는 일관성이 없다면 그게 진주라 지할라도 흩어져 있는 혼돈의 형상일 뿐이다. 한 알 씩은 보여주어도 제대로 된 목걸이는 보여주지 못함이다. 그건 부족이 아니라 그저 ‘없음’이다.
지하철에서 최초로 자리를 양보 받으면 크게 당혹스럽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기특한 배려보단 걱정스러운 눈길이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것이다. 그런 당혹과 곤혹은 그때 까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젊은이들에게 강제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 과정도 없이 엉덩이를 뻔뻔하게 들이 밀었다면 의식이 전혀 없는 늙은이다.
한 가지 이상한 일은 자신도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남편과 아내도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역시 그래서 부부는 한 몸이라고 했는가 보다.
반면에 ‘젊음은 태양이며 희망이다.’라는 사기 치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에 희망으로 가득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대게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방황하는 수가 많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 제목에서 이런 구도를 완벽히 설명한다. 젊음 = 슬픔 이라는 등식이다.
실연으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젊음이 태양이며 희망인가? 보호에서 벗어나고 그렇다고 뭔가 손에 쥐어진 확실한 것이 없는 젊음이야 말로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 생각한다. 가치의 기준도 낮고 삶의 누적도 없어 연약하기 짝이 없는 게 젊음이다.
지하철 안에서 진한 애정생각을 벌이는 젊은이들을 볼 때 예전에는 ‘뭐들 하는 짓이야’ 하며 눈을 흘겼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려 졌다. 오죽 불안하면 대중들 앞에서 저런 짓을 할 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살아 갈 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더 조급하고 시간을 쪼개서 쓴다. 반면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은 너 느긋한 이유는, 뭔가를 이루어 보려는 젊은이들은 이것저것을 하느라 바쁘지만, 나이 들어서 되돌아보면 대게는 헛짓거리가 많다. 하지만 늙은이는 자신이 살아 온 삶을 기반으로 언제인지 모르지만 예외 없이 찾아오는 죽을 날을 기다리기에 조급함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늙은 사람이 조급하게 굴면 어떤 상태일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물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구슬을 꿰지 못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가 구슬처럼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상태다. 나이 먹은 사람은 젊은 사람을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주는 내공이 있어야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 두려운 이유는 죽임이 임박함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할 일을 다 하지 못함과 한 줄로 잘 꿰어진 의식이 없음이 아닐 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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