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이야기
참여정부가 끝나면 이 블로그에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정치 주간지 이지만 고정 코너에 가정 이야기를 쓰고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책을 내보려는 소박한 꿈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한가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한 정치인을 좋아하는 모임에서 소식지를 낸다고 하여 여기에도 가정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편집진에서는 역시 정치 칼럼을 요구했다. 구두 수선공에게 외과 수술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가정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약속을 받고 원하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최근에 가정에 관한 몇 편의 글을 올렸지만 내가 봐도 신통치 않다. 가정이 편해야 정치가 편한지, 정치가 편해야 가정이 편한지, 너무 꼬여서 구분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헛 시동만 계속 걸고 있다.
지금 내가 가정이야기를 한다고 완결 편은 될 수 없다. 아주 작은 부분의 진행형일 뿐이다. 하지만 늦출 수 없는 이유는 내 아이가 성인된 다음에는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에서다. 지금 감성과 생각을 나중에 담아 낼 재주가 없다. 나중에 쓰면 일종에 회고록이 되는 일인데 난 이 세상에 나온 회고록을 믿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들은 말이다. 고도의 자기 성찰 능력이 없는 사람이 회고록을 쓰면 안 된다.
진행형으로 쓰되 과거와 미래가 고백과 예측이 한 번에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세월이 좀 지나서 잘못된 점을 알 수 있고 완전히 내 것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보다는 인격과 관계성은 어린 자녀부터 15세를 전후로 결정 나기 때문이다.
자아의식이 생기는 10세를 전후로 15세까지는 아버지들이 한창 바쁘고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동안 억제되었던 자아가 치밀고 올라오는 나이기에 더 어려운 것이다. 이때 사춘기 자녀와 충돌하면, 사는게 아니라 고통이다. 약삭빠른 아버지들은 회피를 하고, 미련한 아버지는 자기 인격을 무너트리면서 까지 정면 대결하다가 엄청난 상처를 받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결과는 거의 비슷한데 동굴 속에 들어간 아버지가 더 인간적이다. 이분들 위해서 먼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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