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사랑의 5월은 오지 않을 것인가?

두 아들 아빠 2009. 5. 2. 09:28

애초에 사랑을 인간이 차지할 영역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5월의 꽃은 네잎 클로버이며 꽃말은 ‘사랑과 희망찬 행복을 당신께’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5월에 사랑과 희망찬 행복은커녕 한반도에서는 절망과 불행의 잔인한 기간이 되었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서글픔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많은 5월은 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는 과중한 학업에 시달리고, 어버이와 자녀는 단절되어 있습니다. 또한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촌지 문제로 그날 문을 닫는 학교가 부지기수입니다. 21일은 부부의 닐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 입니다. 세상에 자비를 배 풀려고 온 부처가 난망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5월에 잔인한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이 암살 당한지(1949년6월26일) 정확히 1년 후에 일어난 민족의 대 참극인 6.25는 우연한 날짜가 아닌듯 싶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5월에 수 백 만명을 죽일 준비가 완료된 일입니다.

 

4.19의 피의 민중혁명을 단번에 뒤집은 5.16 군사반란이 그랬고, 이후 5월의 사과 꽃향기는 온통 연분홍 최루탄가루로 뒤덮었는데, 오죽하면 최루탄이 사과 꽃향기를 냈겠습니까!

 

박정희가 술자리에서 가슴과 머리에 총을 맞고 널 부러지고, 이듬해 전두환 일당으로 인해 5월18일에는 광주에서 피바람이 났습니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나야할 시기에 광주는 비릿한 피 냄새로 범벅되었습니다.

 

최근인 작년 5월에는 미국산 광우병 우려 미친 소 반대 촛불 시위가 5월2일에 일어났습니다. 그로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이어졌지만 이병박 정권은 국민과 소통을 단절하고 밀어붙였습니다.

 

이번 5월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삼성과 BBK 사건 같은 큰 도둑은 손도 못 대면서 죄 없는 의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5월의 문턱 전에 소환조사하고 이달에 구속한다고 합니다. 법원이 이를 최종판단하겠지만, 어이없는 일이 무자비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듯싶습니다. 만물이 생동이 활짝 핀 5월에 인간은 서로를 죽고,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들에 핀 들꽃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5월은 어린이의 소중함과 어버이와 스승의 고마움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삶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햇밤이 열렸습니다.  (0) 2009.09.01
관념적이라는 것  (0) 2009.06.29
감동 없는 삶 2  (0) 2009.05.01
불로그를 왜 갑자기 닫고, 열고 할까?  (0) 2009.04.16
감동 없는 삶  (0) 200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