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광기의 40년대생 (1편)

두 아들 아빠 2009. 6. 5. 19:21

자살이란 극단적인 자기표현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의 최악의 선택이라고 할 수 도 있습니다. 자살의 본질적 메커니증은 ‘복수’입니다.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복수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로 마감했다는 사실은 어찌되었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입니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잘 죽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사회에 최고 지도층은 40년대 생인 60대입니다. 고 노전대통령이 46년생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41년생입니다. 걸어 온 길은 달랐지만 둘 다 극적인 자수성가형입니다. 이대통령은 초등학교 중반에 6.25 전쟁이 일어났으며 고 노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는 무렵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한 사람은 유아기 때, 다른 한 사람은 유년기에 민족의 비극을 치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청년기인 20대에는 군사반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습니다. 이후에 같은 세대가 무려 30만명이 넘게 월남전에 용병으로 참전했습니다. 가히 광기의 시대를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쟁의 폐허로 인해서 황무지 같은 이 땅에서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리며 우리나라를 이만큼 이끌어 온 세대입니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정적 결속이 단단한 세대입니다. 부동산 투기는 열기가 아니라 광기 였습니다. 이들이 부동산 광기를 연 일세대 입니다.

 

두 사람이 극단적으로 다른 점은 같은 세대의 평가입니다. 이대통령은 40년대 생에게는 로망에 가까운 인물이고, 반대로 고 노전 대통령은 같은 세대에게 극도의 비호감을 주었습니다. 한 시대의 인물이란 최소한 자기와 같은 세대의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은 전혀 다릅니다. 40년 대생들은 이렇게 전혀 다른 인물을 차례로 대통령으로 두었습니다. 그 자체도 그들 세대에게는 또 다른 큰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식을 에너지 수치로 변환한 ‘의식혁명’의 저자 데이비드 호킨스는 저서에 ‘한명의 위인이 같은 세대의 낮은 의식의 평균 수치를 단번에 끌어 올린다.’고 했습니다. 그런 기대도 우리의 60대에게는 바라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의 영혼은 너무나 뒤틀렸기 때문입니다.

 

40년대 생들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두려움, 슬픔, 죄의식, 수치심, 욕망으로 뭉쳐져 있다가 달라진 세상 때문에 분노의 단계로 넘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 평균의 의식 에너지 수치인 200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150의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 세대가 용기, 중용, 자발성, 포용, 이성, 사랑, 기쁨, 평화, 깨달음(수치 700)의 단계까지 오른 노무현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젠 그들은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 수준 50인 무기력 상태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부모와 자녀 세대 중에서 가장 단절이 심한 세대가 40년 대생의 아버지와 70년대 생의 아들입니다. 서로가 너무나 다른 환경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전쟁 통으로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부모와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나온 자녀와는 엄청난 교육의 차이로 언어부터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소통이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취직이 안 되면 공사판에서 질통을 져야 하는데도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는 자식을 보면서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자수성가는 아들 세대에서는 먹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성공을 앞세워 아들을 윽박지르기만 한 부모들입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70년생 들은 의식이 좀 있으면 결혼을 하지 않고 생각이 없이 결혼 한 사람들은 이혼을 일삼고 있습니다. 자기 부모로부터 부부생활의 행복과 즐거움은커녕 고통만 보아왔고 도무지 아내를 제대로 대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들 세대의 저주는 자녀 세대 뿐 아니라 엄청나게 줄어 든 그들의 10대 이하의 손주와 자녀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은 목숨을 건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승만은 일제에 사형 선고를 받았고, 박정희는 해방 후 좌익으로, 이어서 목숨 걸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 뒤 전, 노 두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영삼은 죽음을 무릅쓴 단식과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암살 시도를 두 번 씩이 당했고 전두환 정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고 노전대통령과 이대통령은 목숨 걸지 않고 정권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노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대통령의 미래도 온존한 생존을 보장 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앞선 사람은 광기의 시대에 자기 몸을 던졌고, 뒤의 사람은 광기의 시대에 제물이 될 성 싶습니다.

 

고 노전대통령은 자기 세력을 스스로 키우지 않아서 운신이 빨랐지만 이대통령은 이고지고 가는 세력과 붙어먹으려는 집단이 너무 많아서 브레이크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움이 뻔히 보이는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 덩어리가 커서 파열의 위력을 감 잡기 어렵습니다.

 

지독히 싫어해서 엄청나게 욕하던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열열히 지지하던 사람은 저주의 나락으로 떨어 질 때, 광기의 시대를 살아 온 대한민국의 40대 생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접어들 것입니다. 그들의 불쌍한 영혼을 진정으로 위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