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00고등교도소 면회기

두 아들 아빠 2009. 8. 6. 20:35

 

우리 큰 아들은 학교에서 걸어서 불과 15분-20분 거리에 집이 있지만 00고등교도소는 이 지역 뿐 아니라 도 전역의 학생들이 입소합니다. 남쪽으로는 장항, 서천, 논산, 계룡시, 서쪽으로는 부여, 북쪽으로는 연기, 조치원, 홍성, 당진, 서산 등등, 같은 지역인데도 멀어서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도 있습니다.

 

00고등교도소에 있는 큰 아들인데 이야기 인데, 밤 10시가 되어야 면회가 됩니다. 먹을 것, 마실 것을 바리바리 싸가서 비가 올 때는 승용차 안이나, 아니면 학교 안에 있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있는 벤치에서 먹입니다. 이른바 '사식'이지요

 

교도소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은 20분으로 정해진 면회 시간이 있다는 것과, 감시인은 없다는 점입니다. 기숙사 층마다 세탁기가 있지만 저학년들은 원하는 시간에 할 수가 없어 주로 집에서 세탁해 배달합니다. 이도 교도소와는 다른 점이지요.

 

아들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서 바로 점호를 받습니다. 밤사이 탈주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지요. 이어서 이부자리를 개고 세면을 하고 아침 식사를 7시 30분까지 합니다. 8시에 0교시가 시작되고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끝내고 6시에 저녁식사를 합니다. 7시부터 다음날 12시 30분까지 학습실에서 자습을 합니다.

입소를 하는 날 학습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약 100여명이 빼꼭히 들어 차 있었습니다. 마치 양계장의 닭들과 같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공부가 되는지... 경기도교육위원 최창의님이 경기도의 어느 특목고에 가셔서 느낀 점과 똑 같았습니다.

 

학생들이 자습을 하는 동안에는 기숙사 출입문은 잠가 놓습니다. 또한 취침 시간이 되어도 잠가 놓습니다. 행여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기에 아들에게 창문에서 탈출이 가능하냐고 확인했고 그렇다고 합니다. 12시까지 장학생 학습실에 공부를 마치면 1시가 넘어야 겨우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그 이전에 10시에서 20분간 휴식 시간을 줍니다. 바로 면회를 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처음에는 샌드위치를 20 개 가량 싸가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분이란 짧은 휴식 시간에 이를 나누어 주는 일도 만만치 않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려 그만 두었습니다. 매일 올 수는 없기에 간식비를 조금 건네주고 옵니다. 영치금이라고 할까요? 영치금을 본인에게 직접 건네주는 것이 교도소와는 다릅니다.

 

한번은 요청에 의해서 면회를 갔다가 아들에게 바람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문제를 푸느라 깜박했다고 했지만 저는 전혀 믿지 않습니다. 아마도 엎드려 잤을 것입니다. 한 밤중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와서 그냥 돌아간 아버지에게 좀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립 서비스를 한 것이지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끼어 있는 달에는 한 달에 한번만 외박이 되기에 그 때만 집에서 잠을 잡니다. 토요일 저녁시간은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을 주기에 외식이나 아니면 집에서 장만한 저녁을 먹입니다.

여름방학이라고 해도 방학식 때 단 하루만 외박이 허용되었습니다. 8월 14,15,16일 3일간 방학을 준다고 하는데 아들이 쉬는 날로 제 휴가를 미루어 놓았지만 이도 그 때 가봐야 안다고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모르지만 울 아들 같은 경우는 정말 교도소에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학을 가기 위한 자격 공부를 이 처럼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간 대학에서 인문학이 죽었다고 교수 스스로가 말하는데 제대로 된 공부를 할지는 더더욱 의문입니다.

애들은 줄고, 대학과 정원은 엄청 늘어났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좋은데 제발 억울한 마음 없이 했으면 합니다. 이 세상이 어려운 이유는 억울한 마음으로 공부를 한 똑똑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