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자숙

두 아들 아빠 2009. 12. 5. 14:55

사과 - 반성 - 참회 - 회개 등등 사람은 잘못의 정도에 따라서 반응과 단계가 다를 수 있다. 개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만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일원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서 촛불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에 대해서 항의하면 대한민국 경찰관 모두는 넘어진 여대생의 머리를 군화발로 찬 동료 경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기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면 경찰관을 그만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직에 속하면서 그 유익은 다 따먹고 조직과 구성원의 잘못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같은 집단의 남의 잘못에 대해서 참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숙'(自肅)은 해야 한다. 아버지의 원죄를 뒤집어 씌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숙하는 태도는 보여야 한다. 박근혜에게 꾸준히 요구한 것이 바로 자숙이었다.

 

소위 진보라는 모임의 구성원들끼리 칼날 같은 선명성 내세우기를 하다가 한 사람이 걸려들면 사정 없이 집단 이지매를 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구성원의 잘못이 수구보수들의 잘못 보다 더 할일은 아닌데도 온 힘을 다해, 마치 처 죽일 놈이나 되는 듯이 몰아 세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나온 것에 대해서... 더구나 한 때는 그 사람을 좋아 했다면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가 속은 것이, 아니면 그 사람의 가증이 밉다고 난리만 피울 일이 아니다. 자기가 그와 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집단의 구성원들 중에서 자기 상처가 큰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모임에서 열성적으로 일하며 자기 상처를 숨기고 지내다가 결국 언젠가 그 상처를 열심히 한 만큼, 아니면 그 이상 들어 내고 만다. 그래서 자신도, 모임도 어렵게 하고 무엇보다 그 모임이 더 소수로 빠저 들게 하는 큰 우를 범하게 된다.

 

'삶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스럽다.  (0) 2010.01.05
사과와 자숙  (0) 2009.12.14
인격적으로 살고 싶다.  (0) 2009.12.05
뒷담화와 뒷통수 치기  (0) 2009.12.05
몸과 맘이 같이 아프다.  (0) 200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