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사과와 자숙

두 아들 아빠 2009. 12. 14. 11:53

 

사과하라, 반성하라, 하는데 인간은 진정한 사과나 반성을 할 줄 아는 존재인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요구 받은 사과나 반성을 해도 이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런 구도에서는 사과란 이를 흔쾌히 받아 주고, 이를 받아내는 자의 용서가 아니라 하는 자의 용기로 받아 줄 미리 계약된 사람 끼리만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사과나 반성을 요구하는 입장에선 자신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상대에게 더 큰 모욕을 주거나 그보다 더 심한 것까지도 행사하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 없기에 나름 감정을 최대한 억제해서 요구한 일이다. 그런데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여하간 토를 달거나, 자기변명을 할지라면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사과가 아니라 실은 완전 백기 항복을 요구하는 일이다.

 

자신이 당한 일이 과연 상대가 자신의 인격을 완전히 진멸한 것이며 그것으로 말미 아마 주변에 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자기 명예를 송두리째 뽑아 버린 것인가에 대해서 되돌아보아야 한다. 꼭 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에 완전한 백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종교적 용어인 회개와 참회라는 말은 보통사람 뿐 아니라 믿음을 쫓는 사람도 그리 다가 오지 않는다. 이 세상이나 자기 주변에 보이는 악이 자기가 저지른 악보다 훨씬 크고 세기 때문이다. 사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인간이다. 또한 회개와 참회는 요구받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자숙’이라는 말이 정감이 가고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자숙은 사과나 반성의 요구보다 크나큰 정죄의 굴레를 씌우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애정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이를 상대도 인정 한다면 사과도, 반성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내서 자신을 마타도어 할 의도라면 사과에 응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사과하라는 요구는 어찌 보면 더 큰 보복을 준비하기 위한 명분 쌓기와 시간 벌기가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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