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부모살해 사건의 심리 분석

두 아들 아빠 2009. 12. 29. 18:06

에릭슨(E H. Erikson)은 자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시기 중 청년기에 가장 주목했는데, 청년기는 급격한 생리적 변화로 인해서 성적, 공격적 충동이 자아를 위협할 정도로 강해지는 격동의 시기라고 보았다. 그래서 충동적 자살을 많이 생각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군대에 갔다 온 아들이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했다. 대게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나오는 반응은 순간을 참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순간이 모여서 과거가 되고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긴 세월 동안 억제된 분노가 한 순간에 분출 되었을 뿐이다.

 

과정이나 범행 후 엉성한 뒤처리를 보면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고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온 아주 교활한 살인마는 아닌 것 같다. 그 영화는 제목과 달리 존속살인을 다루고 있다.

 

효도를 강조하는 우리 정서에서 존속 살인은 최악의 ‘폐륜’이다. 하지만 폐륜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처참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폐륜을 저지른 당사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다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가정에서 이유 없는 폭력을 휘두르면 자녀에게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어린 자녀는 부모로부터 벗어 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폭력을 직접 당한 당사자도 심각하지만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행하는 폭력을 보아야 하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사건 당일도 어머니에 대한 폭력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에게 저지른 모든 일들이 순간적으로 떠오를 수 있다. 다 큰 아들을 뺨을 때린 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하다.(이 부분은 피의자의 진술만 있음으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런데 아들에게 살해 동기를 물었더니 ‘술 마시고 실수 하기에..' 라고 했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늘 그렇게 변명을 댄 것이 아닌가 싶다.

 

여하간 가정 내 폭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 들여 진다. 그렇지 않고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까지 다니다 군대를 제대한, 사회적 관계성에서 큰 문제가 없는 젊은이가 뺨 두 대를 맞고 부모를 무참하게 살해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한 자녀는 나이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억압적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자기방어기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부정'은 가장 원초적인 방어기제 중의 하나다. 의식화된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어떤 생각, 욕구, 충동, 현실적 존재를 비의식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부정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기제로 작용하지만 압력이 심하고 지속되면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 대상이 사회 관계성에서는 표출되지 않다가 자신에게 직접 피해를 준 부모에게 그 질환이 폭발될 수도 있다. 부모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기 까지 된 일이다.

 

에릭슨은 인간의 정체감 형성은 전 생애에 걸친 과정이지만 정체감의 문제는 청년기에 위기를 맞게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청년기는 내외적인 변화가 신체적, 사회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미래와 관련된 많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고민과 방황의 시간이 길어질 때 정체감의 혼미가 온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아버지의 폭력은 이를 더 증폭시켰을 것이다.

 

아무리 그를 옹호해도 그래도 부모를 죽여야 했냐고 강하게 반문할 수 있다. 그런 처지에 있어 보지 못해서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그만큼 불행하게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이상한 한 집안의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이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신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받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왜 더 무참히 죽였냐는 의문이다. 아버지를 죽인 범죄가 들통 날까 봐 라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 정황론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본다.

 

두 가지로 추측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복수이고,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며 산 어머니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아버지도 두 아들 아빠였다.

 

계속

2. 자식에게 살해당한 부모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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