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 첫날 오후에 모처럼만에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봤다. 아래 감상평은 스포일러를 줄이려고 나름 노력했다.
아바타는 고대 힌두 신앙에서 유래한 단어란다. 현재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이버 캐릭터의 의미로 사용된다.
아바타는 산스크리트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로 아바따라는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함 또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종교의 다원주의를 인정한다면 모르나. 영화 아바타를 기독교에 접목함이 무리인 이유는 ‘아바타’란 말은 그 뿌리부터 달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아바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 작품도 그렇지만 영화도 자신이 보이는 만큼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해석으로 누굴 설득시키려는 행위는 의도가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예술은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아바타는 남녀노소 폭넓은 층의 관심을 끌어 들이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역사, 자연, 에너지 전쟁, 환타지, 대리 만족, 신의 대한 열망, 권선징악, 용기, 심리처리 등을 함유하고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인데 버터는 들어갔지만 쫌조름한 간장은 넣지 않은 미국식의 느끼한 비빔밥이라고 하고 싶다.
청교도들이 자신들의 추구하는 기독교 사상이 핍박 받자 아메리카를 자기 멋대로 '신대륙'이라고 규정하고 그곳에서 수 천 년을 자연과 함께 나름 평화롭게 살아 온 인디언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술과 마약으로 영혼을 타락시켰다. 그래 놓고는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으로 한 구석에 몰아 넣었다.
신의 사상을 달리 하기 때문에 핍박받은 자들이 다른 대륙 사람들의 생존자체를 앗아 자신들의 삶의 발판을 삼았다. 아바타에서 나온 외계인은 그들에게는 인디언이다. 그런 청교도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게 오늘 날의 미국이다.
인간의 오감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 감지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대자연의 신비를 판타지로 처리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킨다. 또 인간의 한계인 하늘을 나는 꿈을 새와 헬리콥터를 대비한 3D 영상으로 처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나는 것처럼 다리가 저려 옴을 느끼게 한다.
여박사의 삶의 기로에서 생명을 간구하는 집단적 열망은 신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보여주었다. 여기까지는 그런 데로 나았다. 그런대 ‘빨간 큰 나비(?)’를 타고 온 사람을 계시의 완성체로 인정하는 유치함에서 몸을 비틀게 했다. 사람들은 그런, 보통을 뛰어 넘는, 필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열광하는가 보다. 인간 세상에는 이런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저 사기와 기만으로 만든 우상일 뿐이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악의 무리에게 가하는 징벌은 타잔을 연상케 하여 그 영화를 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통쾌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등학생 아들이 통쾌함과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릴 정도라고 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영화가 지극히 미국적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미국인이 추구하는 호킨스박사가 제시한 의식 수치 200정도를 나타내는 해병대의 ‘용기’가 영화 내내 여과 없이 나왔다는 것이다. 해병대를 앞세운 주유소 습격 사건을 삭막한 중동이 아닌 다른 행성으로 삼아 거부감을 완화 시켰을 뿐이다. 미국이 용기를 중시하지만 이라크 반군에 포로가 되어서 목숨만 살려 달라는 애원하는 어린 해병의 비디오는 보여주지 않는 미국이다.
나와 다른 상상 속의 나를 현실에 설정해 놓고 이를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이 영화 소재의 뼈대다. 심리적 측면에서 타자화와 자기화를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다. 깨어있을 때의 나와, 꿈을 꿀 때의 나다.
영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취미 중에 극히 일부다. 영화를 가지고 아무리 쪼물럭 거려도 다른 취미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저 영화일 뿐이다. 이런 표현을 ‘우물에 독 뿌리기’라고도 하는데 어떤 것에 대한 과중한 의미를 부여함에 대한 경계함지, 정말 우물에 독 뿌리기 식의 소통과 타협을 거부함은 아니다.
'문화,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소유의 불행 (0) | 2010.03.20 |
---|---|
책 한 권도 없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 (0) | 2010.03.20 |
백제역사재현단지와 한국전통문화학교 (0) | 2009.05.13 |
미리 본 700년 백제역사재현 단지 (0) | 2009.05.12 |
바이러스에 걸린 카리스마 이야기 (0) | 2008.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