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잘 쓴 글은 어떤 것일까?

두 아들 아빠 2010. 2. 23. 18:57

 

글이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말과는 다른 소통의 구조체계를 가지고 있다. 글은 대화처럼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이다. 대화도 집단이나 다중과 할 때도 있지만 대개 자기 주변의 일정한 사람들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이란 경우에 따라서 자신과 전혀 다른 많은 사람이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판사의 판결문도 그렇지만 글도 아주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어떤 글을 보면 아주 상세히 그려진 약도를 보는 듯이 옆길로 새지 않고 목적지까지 이해가 잘되는 글이 있다. 이런 글은 생각과 사건의 표현에 있어서 시간과 순차적 나열뿐 아니라 비중에 따라 배분을 잘한 글이다. 군더더기 없이 순서만 잘 배열해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은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만 갖고는 잘 쓴 글이라 하기 어렵다.

 

글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식이 있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있다. 두 가지가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두 개의 글을 직접 읽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 읽은 이가 모르는 것이라도 글쓴이가 설명을 길고 장황하게 하면 그 모르던 것에 대단한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짜증이 날일이다. 편협하거나 독선적이지만 않다면 ‘내 생각은 이렇다.’는 식의 글에 사람들은 더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글은 당연히 논리정연 해야 하지만 학술적 논문이 아니라면 완벽한 논리체계를 구축하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고 본다. 오히려 논문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결론에 가서 항의 받지 않고 맞추기 위해서 서론부분에서 장황하거나 지루한 설명을 반복적으로 이어가야 하기에 보통 사람들은 읽기가 심히 부담스럽다. 기술적이고 상당한 감각이 필요하지만 대략 읽는 계층이 정해져 있다면 그들이 알만한 사항은 설명이나 입증 없이 건너뛰고 써도 된다.

 

일기가 그 대표적인 글인데 고김성칠님이 쓰신 ‘역사 앞에서’는 생략과 축약을 한 일기 글인데도 불구하고 진정성과 인격까지 묻어 나오는 대단한 글이라 생각한다. 말에도 감정이 있지만 글도 그렇다. 이 글에는 자기 감정의 절제가 아주 뛰어나게 표현되어 있다. 전쟁의 대 혼란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에 존경심이 든다.

 

논리도 중요하지만 정서도 무시할 수 없는 소통의 요건이다. 사람은 합리적인 논리에도 설복하지만 공감은 감성과 정서적인 면의 일치에 더 끌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를 설득을 하려면 머리보다는 가슴을 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글 전체를 이런 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려운 부분에서 잠시 써야 한다.

 

말도 중언부언을 하면 신뢰가 가지 않지만 글도 마찬가지다. 딴에는 강조를 한답시고 번복해서 표현하면 읽는 이로 하여금 주입이나 강요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든다.

 

경제성과 효율성의 극대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서 글도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 아주 특별한 글이 아니라면 인터넷 상에서의 글은 A4 두 장 분량을 넘기면 읽기가 쉽지 않다. 심플한 문장 쓰기에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대를 글 전체에서 얼마나 형성 하냐는 것이다. 대단한 통찰이 엿보이는 글이라도 대중에게 공감되지 않아, 읽혀지지 않으면 킬로그램 단위로 팔리는 분리 수거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글과 책은 아무리 좋아도 연속성을 갖기 어렵다.

 

이 세상에 이런 저런 것을 다 무시한 참 신기한 책이 하나 있다. 가장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반대로 가장 읽혀지지 않은 책인 성경이다. 하지만 성경은 대신 깊이 연구하고 잘 설명해주는 전문직 목회자들이 있기에 아직도 잘 팔리고 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이 있다. 거짓과 왜곡을 일삼고 있는 조중동이라는 신문이 잘 팔일뿐 아니라 여론을 이끌고 제 3의 권력으로까지 올라 선 일이다. 집단적으로 무학에 가까운 50대 이상 세대는 겨우 한글을 깨우치고는 일 년에 책 한 권 읽지 않아도 매일 조중동 신문을 열심히 읽은 것으로 자신들을 지성인으로 자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글에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읽는 이가 논리적으로 반박은 하지 못해도 뭔가 게름 직하게 걸리는 게 있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선동적인 표현을 글보다는 말에 더 치중한다. 히틀러가 라디오 방송으로 독일 국민을 선동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왜 따라 할까! 참 의문이다.

 

말도 그렇지만 글도 논리에 앞서 진정성이 있어야 좋은 글의 기본이 된다. 진정성이란 실체적 사실 여부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목적과 대상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정당한 분노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