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대녀 김예슬양의 자퇴 선언과 전태일 분신

두 아들 아빠 2010. 3. 14. 16:43

 


올해 대학입시에서 고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가족과 친지, 주변의 아는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고대가 어떤 곳인가! 현직 대통령이 나온 소위 잘나가는 대학이다. 그런데 그 대학을 다니는 여학생이 자기 학교 후문에 대자보를 걸고 자퇴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역사의 진행에 있어서 어떠한 사건 하나가 기폭제가 되어 현재 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초기에 전태일이라는 한 청년이 노동법 책을 끼고 청계천에서 분신자살을 감행했다. 그 사건은 기업의 노동자 착취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고 이제 ‘귀족노조’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전태일 분신과 고대녀 김예슬양의 자퇴 선언을 동일 선상에 놓고 거론 한다든 것은 무리일 수가 있다. 신분이 다르고 저항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과 2010년, 40년간 역사의 진행이라는 차이를 인정하면 우리 사회의 불합리에 대해 한 개인의 극열한 저항이라는 점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극심한 경쟁을 뚫고 명문 대학에 들어간 여대생의 자퇴 선언은 사회적 자살이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과 이를 묵인하고 동조까지 하는 우리사회 대해 분신으로 맞서 저항했다면 김예슬양은 대학이 이윤을 목적으로 기업으로 변질되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빚쟁이로 전락하고, 대학이 상아탑이 아닌 취업 준비를 위한 자격증 취득에 몰두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 것이다.


이에 대해 안타깝고 한심한 반응들은 그녀가 진짜로 자퇴를 하지 않았다는 둥, 2004학번이 왜 아직까지 졸업을 안 하고 있었냐는 둥, 자퇴를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냐는 둥, 그녀가 운동권이라는 둥, 더 심한 경우는 나중에 사기꾼 될 소지가 큰 사람이고 짜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을 가지고 자신의 비굴을 씻어 버리려는 짓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인류 역사의 진행을 살펴보면 대중에게 해택이 가는 초입에서 어김없이 극열한 착취가 이루어졌다.

민중의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기 시작한 산업화가 그랬고, 대학교육의 대중화를 열면서 그랬다. 고대녀 김예슬양의 자퇴 선언이 미래의 우리 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대학이 우리사회에서 순기능을 잃어 버렸을 뿐 아니라, 자정의 능력까지 상실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연약한 한 여학생이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