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미

1박 2일 프로에 대한 단상

두 아들 아빠 2011. 2. 8. 19:55

1박 2일 프로에 대한 단상

 

70년대 생들이 대중적으로 유일하게 성공한 것은 토크 중심의 개그다.

386세대가 집단 놀이 문화에 취약한 것을 용케도 비집고 찾았다.

물론 그들 세대의 우상이었던 서태지도 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박 2일은 일종의 대리체험 프로인데 '삶의 현장'과 유사하지만 일하고 돈 버는 생산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골에 내려가서 자기들끼리 잡담이나 하면서 밥해 먹고 어설픈 농촌 경험을 하는 식이다.

 

우리는 과거 말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통통 튀는 토크가 시청자의 눈길을

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 안에 내제된 철학이 허약하면 그 프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그 세대의 주력 중에 한 명은 외국에 나가서 질펀하게 도박을 하다가 돌아 온 사람도 있었다.

그 안에 무슨 철학이 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심기일전을 노리고 설악산 종주 편을 기획했는데 말들이 많은가 보다.

시청자와 공감이 없느니, 그저 힘든 것만 보여 줬느니, 하면서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 프로의 장점인 토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지루했던 것이다. 애초에 자연 다큐프로도 아닌 것이 말이다.

 

70년대 생들은 산업화에서 태어나서 도시화로 인해 집단적으로 농촌을 잘 모르는 세대들이다.

그래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프로는, 진행하는 그들 자신도, 보는 이들도 새로움과 추억을 더듬기에 신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 난대 없이 설악산 종주를 하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등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70년대 생들은 스스로 저주 받은 세대라고 한다.

아버지 세대와 교육과 정서의 큰 차이로 단절의 벽이 가장 높은 세대이며

거기다 IMF라는 국가 부도사태를 막 성인이 되거나 사회에 나오면 맞았기 때문이다.

1박 2일 프로는 농촌과 함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토크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제안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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