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미

공감의 시대 2.

두 아들 아빠 2011. 5. 21. 11:20

근대 서양 철학사는 암흑의 중세시대를 깨고 교회가 독점한 성경을 보편화 시켰키면서 열렸다. 그 이후 인간은 실로 놀라 울 만한 업적을 남겼다.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일어난 문예부흥 운동기인 ‘르네상스’ 시대다. (Rinascimento, 프랑스어로 "재탄생"을 뜻함)


문학, 예술, 교육, 철학, 과학, 기술, 전쟁까지 고대 인류사에서 단기간에 이만큼 업적과 변화를 이루어 낸 적은 없었다. 이후 계속해서 17~18세까지 미술, 음악분야에서는 다음 세기에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천재들을 쏟아냈다. 당시를 그저 '천재의 시대'라고해야 할지 아니면 종교개혁으로 성경의 진리가 보편화 된 영향도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여하간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 철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를 하게 되었고 초기에는 교회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신교에서도 이단으로 몰리면 예전처럼 죽음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스콜라철학의 아류가 그러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테카르트는 인간의 주체를 이성으로 보았고 육체와 감정은 온전한 이성으로 가는 길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비교적 신학의 자유로운 나라였던 네덜란드에서 캘빈파(派) 신학자들의 박해로 살기 어려웠다. 이제 칼빈파라 할지라도 그를 못살게 할 정도로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데키르트 식 이성주의로 무장한 캘빈파가 나오기도 한다. 신비주의와 이성주의가 연합한 형국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전에 나온 테카르트에 대한 비판을 총 집결시켜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미지오의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저서에 내용을 인용해, 육체를 떼어 넣고 인간 본성을 생각했을 때 포기해야 할 것을 이렇게 일러 준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긴요한 일은, 일상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복잡성, 나약함, 유한성, 그리고 독특함을 이해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하나의 신으로 각기 다른 사람을 관습화된 규범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집단 신경증 증세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떤 사회에도 나오는 특정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면 이미 그 집단은 광신에 가깝다.


자주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서 카리스마를 유지하려고 하는지, 자신의 강함을 유독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대게 그런 사람은 내면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있고 이를 숨기기 위한 처절한 자기 노력과 훈련의 결과 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타인에게 경외와 존경받을지는 몰라도 타인과 진정한 공감은 하기 어려우며 소통이 된다 하더라도 겉 할 기식이 되기 마련이다.


테카르트는 ‘편견 없는 자율적 정신’을 숭상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기능성 아스퍼거 장애’(자폐증의 일종으로 공감을 보이지 않는 의사소통 장애) 증세와 너무도 흡사하다.


‘생각은 존재하기 위해서 장소를 필요로 하지 않고, 합리적인 것에 의존 하지도 않으면서 물질적인 것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 즉 나를 나이게끔 하는 영혼은 신체와 완전히 분리된다.‘


이렇게 테카르트는 육체와 분리된 정신을 구상하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며 외연에 의해서 자연체(body of nature)를 지배한다는 그림을 완성했다. 또한 신체가 경험하는 것 중에서 불확실하다고 생각한 것은 남김없이 제거하려했다. 그가 말하는 불확실성이란 느낌과 감정을 의미한다.


감정이 합리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면 감정은 궤도를 벗어나 합리적인 정신을 더럽히고 제멋대로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안토니오 다미지오의 이를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에 비유하여 자신의 신체, 정신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것(자신은 승화라고 하는지 모르지만)이라고 했다.


러시아 철학자 미하일 바르친는 이렇게 말했다.

‘존재한다는 것은 교류한다는 뜻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위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면의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은 없다. 그는 전적으로 항상 주변 속에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보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 한다.’가 아니라, 나는 ‘참여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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