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김완선의 눈물과 과거-현재-미래

두 아들 아빠 2011. 4. 27. 11:57

가수 김완선이 무릎팍 도사 프로에 나와서 13년간 출연료 등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그런 매니저였던 이모의 아바타와 리모컨 역할을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17세에 데뷔해서 13년이라면 30세까지인데 인기라는 허상만 남았지 꽃다운 청춘이 돈과 함께 송두리째 날아간 일이다. 이어서 또 다른 프로에서 ‘세븐틴’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도중에 펑펑 울어 촬영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현재 김완선은 우리 나이로 43세(1969년생)로 이모와 결별 이후 아픔의 세월만큼 지났는데도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일이다. 이런 경우는 김완선의 경우만이 아니다. 남자들도 40세가 되면 과거의 아픈 상처가 밀려들 수 있다.


30대에는 사회활동과 결혼, 아이를 낳고 양육하느라고 바쁘게 지내다가 조금 여유를 찾는 시기인 40대에 내제된 아픔이 폭발할 수 있다. 김완선의 경우는 결혼도, 아이도 낳지 않아서 과거의 아픔이 희석되거나 승화할 여지가 없었기에 더욱 설움이 복받칠 수 있다.


일반적인 접근보다 심층해서 살펴보려면 김완선의 이모 한백희(1949년생)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 8군 클럽 가수 출신으로 매니저로 변신했다. 조카인 김완선 뿐 아니라 인순이의 매니저도 했다. 김완선의 매니저를 시작했을 때의 한씨의 나이는 37세였으며 이후 50세까지 했다.


한씨가 어떤 사정에 의해서 매니저를 그만 두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지천명의 나이가 돼서야 조카를 놔 준 것이다. 한씨의 경우, 자녀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30대의 나이는 스파르타식의 독한 교육과 훈련을 시키기에 거리낌이 전혀 없는 시기다. 태생적 본성을 거스르려면 각고의 노력과 이에 따르는 예측할 수 없는 희생은 미리 작정해야 한다. 그런데 김완선의 경우는 이를 살필 나이가 아니었다.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이다.


필요한 교육은 학교와 같은 전문 집단이나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자녀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모가 고민하고 함께 해야 한다. 김완선은 부모가 이 의무를 포기하거나 저버린 것이 먼저 큰 잘못이며 여기부터 꼬였다고 볼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 까지는 감당해야 한다. 그런 사명을 부모는 하늘로부터 받았고 자녀는 운명적 순응을 요구 받는다. 오늘 날 보모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자녀의 불손한 언행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부모에게 맡길 수 없다는 좌절감의 표현으로 알아야 한다.


자녀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모도 같이 나이를 먹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그 안에는 보모와 자녀의 사이가 정리 되어가는 구조가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젊은 이모에게 모든 걸 맡겨 버린 것이다. 따라서 김완선의 뒤엉킨 감정은 단지 이모 뿐 아니라 표현하지 않았지만 부모에 대한 원망도 있으며 앞서 말한 각고의 노력에 따른 자기희생이 값없이 치러진 것에 대한 한없는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


사람은 자유의지가 있으며 일정한 시기에는 이를 스스로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살핌이라는 이름으로 사고까지 철저히 통제 받을 뿐 아니라 대신 생각해 주고 언행까지 해준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는 10세 이전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김완선은 17세부터 30세까지의 인생이 그랬다.


사람은 태생과 본성, 그리고 주어진 환경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좌우한다. 특히 30대 까지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여기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를 역주행해서 희생이 따르는 각고의 노력의 결과로 인기를 얻거나 부와 명예를 얻으면 행복할까?


문제는 그런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정도 차이가 아니라 그렇게 우뚝 선 사람 중에는 실은 자기과시인데도 선도와 인도라는 명목으로 자기 주변의 누군가를 어떤 방식이든 끈질기게 괴롭힌다는데 있다. 대게 독재로 빠지는 사람이 그런데 이를 통해서 보상과 더불어 자기 만족과 쾌감까지 느낀다. 반면에 심성이 약한 사람의 경우는 희생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오래 동안 괴로워한다.


김완선은 이모의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서 후회했는데 그 이유는 나쁜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이모의 노력 때문에 자신의 현재가 있었고, 같은 가족인데 이모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를 ‘스톡콜롬 신드롬’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오래 동안 인질로 잡혀 있으면 자기를 억압한 인질범에 대해서 연민의 정과 더불어 우호적이 감정까지 생긴다는 것인데, 심성이 연약한 사람 뿐 아니라 같은 상황에 처하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부당한 억압에 저항하지 못한 자신의 비굴과 그로 인한 수치심과 분노, 억울함을 씻어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지제가 작동한 것이다. 이는 가정에서도 일어 날 수 있다. 자신을 지독히 통제하고 억압한 부모에게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김완선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결혼에 대해서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30대 초반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생겼을 때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힘이 빠질 50~60대에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생활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지 알지 못하고 한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나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함께 고백했다. 이는 아상(我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며 전문 용어로 '자기애로의 전향'이다. 사십이 넘어서 이런 말을 한다면 퇴행에 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감정이라고 본다. 김완선은 이런 복잡한 심경으로 감정의 절제가 안 되는 약간의 조울증 증세가 보인다.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치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할 결혼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당분간 혼자 살면서 마음을 의지할 수 있게 교제를 넓혀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김완선 뿐 아니라 과거 부모나 주변 사람들 그리고 환경 때문에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크게 위로를 주는 말이 있다. ‘당신의 잘못이 전혀 아니다.’  또한 사람은 시련이 어려움으로만 남지 않는다. 드물기는 하지만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전위 할 수 있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스스로 말함으로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위아래 세대를 아우르는 버라이어티 한 가수로 우뚝 서 대중에게 더 사랑받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