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 아니다.

우리의 정치판은 '밀리면 끝짱'이라는 긴장감을 늘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에서도 상대방 후보에 대한 폭로전과 네거티브 공격은 물론 고소, 고발까지 치 다르고 있다. 일상적인 정치행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치판뿐이 아니라 사회 관계성에서도 그러하며 가정까지 그렇다. 오죽하면 누구 하나는 죽어야 하는 ‘끝장토론’이 선호되는가!

 

밀려주는 사람은 아이가 아닌 당연 어른이다.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밀려주어야 한다. 그 반대는 '처참' 그 자체다. 그래서 죄다 악다구니로 버티고 살고 있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와 가정에선 진정한 힘을 가진 어른은 없는 것 같다.

서울시장 양대 후보인 박원순과 나경원, 처음엔 서로 웃고 악수하며 네거티브 공격을 하지 말자고 신사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진흙탕 싸움을 넘어 서로 뒤엉켜 개똥밭에서 뒹굴고 있다. 정치인만큼 선거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강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없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이지만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은 박원순의 어눌한 말투와 논리다. 말투는 천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리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자신은 실천을 좋아 한다고 했는데 어찌 이명박과 비슷한 논리다. 말로는 돌맹이 하나도 움직일 수 없다는데서 더 기가막힌다. 정치는 권력이나 금권, 실천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것이다.

 

그런 박원순을 보면서 그가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일에 대해서 정말 깊이 있게 고민해 봤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계속 나가라!  밀려도 끝장 아니다. 다만 선거에 져도 국민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