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아들과 군대

두 아들 아빠 2012. 7. 5. 15:10

입대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아나 편부, 편모 가정이란다. 이를 그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들이 해군 훈련소에 가서 편지로 다시 전 한 말이다.

육군이 더 하다고 한다. 나 역시 세 가지 경우 중 첫 번째였다.

 

T.V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대가족를 보면... 이 세상에 있음 직하지 않은 딴 세상을 참으로 그럴듯하게 꾸며대는 기술은 아무나 부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정은 지키는 '수구'보다는 '확산'의 개념이 더 크다.  '온전한 가정'! 그 반대가 '결손 가정'이 아니다. 어느 누가 감히 타인에게 결손 가정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결손을 비상사태라면 모를까 파탄은 아니다. 난 알고 있다. 비상사태 안에서도 분명한 은혜가 있다는 것을...

 

요즈음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느라 재미가 솔솔하다. 30여년 전, 내 군대 추억도 생각나고 신세대들이 느끼는 병영생활이 어떤 것인가도 비교하면서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이 성인식이 되기도 하지만 군입대는 연령의 성인을 뛰어 넘는 비장함이 있다.

 

군대 이야기를 아주 오래동안 하는 이유는 군대란 광기의 전쟁을 준비하는, 그래서 멀쩡한 사람이 살짝 맛이 간 척 해야 하는 시절이기에 그렇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느꼈던 점은 뭐 졸라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만한 나이에 자신의 희생으로 타인을 지키고 책임진다는 대단함이 머리 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지 않았나 싶다. 군대가 사람 만드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심어 주는 곳이다.

 

일전에 면회에 이어서 1박2일 외박을 기다리면서 편지에 외박 나와서 먹고 싶은 것을 시간 단위로 체계적으로 쓴 걸 보면서 웃음도 나오고 한편 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이것 만큼은 원초적인 것이기에 30년 전의 나와 다를 바가 없다. 다 먹지도 못할 것은 잔뜩 나열하고 결국 다 먹어보지 못해 군대 들어가서 엄청 후회하고 ㅎ 어쩜 인생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부자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면 아들의 입대는 관계성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 올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남자대 남자로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도 그렇지만 아버지도 그런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원은 네가 술, 담배 안하는 남자로 아들을 다시 만났으면 한다. 그 남자도 둘 다 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