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슬 보통사람들의 끔찍한 이야기

두 아들 아빠 2013. 4. 4. 08:05

영화 속에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만 등장한다. 그들끼리 죽이고 죽이는 이야기다. 가혹행위 - 강간 - 살인 - 방화 - 복수라는 인간지옥을 최대한 순화시키려고 노력한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4.3 사태를 목격했거나 사지에서 겨우 살아난 제주도민은 이 영화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했으니까.

 

빨갱이, 폭도라고 죽인 사람들, 자신의 어머니가 빨갱이 한테 죽음을 당했다는 군인. 4.3 사태로 제주도민의 약 10%인 3만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지시한 사람들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최고위층이라고 해야 장교도 아닌 마약 중독자 김상사다. 그도 결국엔 돼지처럼 뚜껑 덮고 삶아진다.

 

한반도는 일제식민 치하에서 벗어나 북한은 48년9월9일, 남한은 48년8월15일에 각각 정식 정부가 수립되었다. 서로 다른 정부를 세우기 전에 벌어진 참극이 제주 4.3 사태(48년4월3일)다. 살인 연습을 바다 건너서 미리한 것이다. 당시에는 반친일, 반외세, 통일을 외치면 빨갱이였는데 65년이 지난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살의 주요 세력이 개신교도인 서북청년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민은 개신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뿐 아니라 교세가 미미한 지역이라고 한다.

 

흑백영화이었기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도중에 머리가 아프시다며 나가신 분이 있었다. 구경꾼으로 봐주는 것도 힘든 영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아픈 역사가 많았다. 영화가 한 줄로 꾀는 소재는 뿌연 연기와 제사였다. 제기기 나뒹구는 방바닥으로 시작하여 성황당 나무 아래서 발가벗고 있는 군인, 마지막에 지방을 태우는 불과 연기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오전에 영화를 본 아내에게 카톡으로 "영화 잘 봤어?" 라고 했더니 답이 없다. 내가 영화를 보고 나니 답이 없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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