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의 목욕-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이 겨우 걸어 다닐 무렵부터 동네 목욕탕에
같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뛰어다니는 녀석 때문에 목욕도 하는 둥
마는 둥 하였지만 요즈음은 어린 것이 손에 힘이 생겨서 제 등을
제법 잘 밀어 줍니다.
녀석의 때가 정말 지우개처럼 나올 적엔 그 때가 내 입으로 튈 때도
있지만 열심히 밀어 줍니다.
녀석이 제 등을 다 밀고 나서 때 타올을 저에게 어떻게 건네
주는지 아십니까?
때 타올의 한 구석을 엄지와 집게 가락 끝으로 집고 저에게 줍니다.
내 때가 자기 손에 묻는 것이 싫은 거죠.
녀석이 깔끔한 성격이냐고요!
그냥 넘어 가겠습니다.
두 녀석을 밀고 나면 녹초가 됩니다.
국민학교 1학년 때 또래 아이들 보다 키가 커서 여탕 출입이
금지된 이후부터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에 다녔습니다.
당시 신촌로타리 부근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빵집이 있었습니다. 그 앞을 지날 때는 저는 한 없이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버진 제 마음을 져버리지 않으시고 그곳에서
빵과 시원한 흰 우유 한 잔을 사주셨습니다.
난 열심히 먹었고 그런 절 아버지는 물끄럼이 바라보셨습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빵집 앞을 지날 때면 가끔 그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 해 봐도 맛있게 먹었던 빵만 생각나고
아버지께 때 타올을 전해 주던 제 손가락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젠 물어 볼 수 도 없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 아이들과 목욕탕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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