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두 아들 아빠 2006. 10. 10. 01:09

불로그 친구의 권유로 읽어 본 책입니다. 그분에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제야 올리게 됐습니다. (책의 원문과 구분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글은 청색으로 했습니다.)

 

바바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해나무 출판사. 정가 12,000원

 

저자는 뉴욕타임즈의 의학과 건강 전문 기자이자 십대의 두 딸을 키우고 있으며, 보스턴에서 과학과 의학 관련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1.예정된 광기~14.다가올 미래, 모두 14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각장은 보통 5~6개의 소단원으로 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책머리에 밝혔듯이 내용이 '뇌 과학으로 밝혀진 십대들의 마음과 행동" 이기 때문에 뇌와 신경계통, 호르몬 등 전문적인 의학용어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십대들의 의식과 행동 양식을 뇌 구조 및 호르몬의 변화와 반응에 치중된 면이 있어 심리,영혼적인 면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에서 현재 연구 중이거나 완료된, 청소년기에 뇌 반응에 관한 논문을 상당부분 섭렵하고, 이를 비교적 알기 쉽게 소개하여, 청소년의 뇌 할동에 관하여 현주소를 접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자는 맨 처음에 이런 제목을 가지고 책을 쓰겠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이 "아주 얇은 책이 되겠구만" 하고, 딸아이의 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인사말 서두에 "사춘기 아이들은 머리 아래만 자라는 시기 입니다." 라고 단언 했단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확신에 이 책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많은 것을 다 요약하기는 어렵고, 가장 공감이 가며 이를 통해서 아들을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10.사랑의 뉴런''11.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어!' 두 장을 먼저 소개 하고자 한다.

 

'사랑의 뉴런'

 

러거스대학에서 인류학 교수로 사랑에 관하여 연구한 헬렌 피셔의 말을 인용하여, 동서를 막론하고 어떤 문학책을 펼쳐 보아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걷는 길은 너무나 똑같다고 한다. 이를 수학적인 그래프로 구성해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보편적으로 3막으로 이루어지는데 갈망-끌림-애정이라고 한다.

 

갈망은 열정이 솟고, 에너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단계이며, 남녀 불문하고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주역이라고 한다.(이하 호르몬이나 뇌 작용은 가급적 생략)

 

끌림 단계는 매력이 빠지지 않는다. 현기증이 나고 가슴이 두근 거리며,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때이다.

 

애정은 시간이 좀 지나야 찾아온다. '여전히 감정은 강열하지만 더 깊고, 더 차분하고, 감탄사는 줄어 들  때'라고 묘사한다.

 

뉴욕주립대 심리학교수인 애런은 사랑에 관하여 밝혀지지 않은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감정인가, 동기인가 하는 것이다. 사랑은 다른 감정, 예를 들어서 분노나 슬픔과는 다르게, 일정한 표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랑은 다양한 감정을 아우르는데, 여기에는 분노와 슬픔, 심지어 죄책감까지 포함 된다고 한다.

연구결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도파민의 자극을 받는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것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동기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단서가 된다고 주장한다.

 

십대의 로멘스에 대하여 많이 우려를 하는데,  실제로 여자아이인 경우12~13세 때 사랑의 감정을 겪게 되면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의 피셔교수는 십대들이 다른 연령 대에 비하여 사랑하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며, 다만 충동적이고, 이로 인해서 자주 곤경에 빠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십대들은 왜 자주 사랑에 빠지느냐는 '신체적으로 대단히 고양된 상태' 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들에 비하여 성적(性的)으로 일찍 성숙하는 아이들은 전형적인 시간표에 따라서 성숙하는 아이들에 비해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더 높다고 한다. 이는 통제 할 수 있는 신경체계가 자리를 잡기 전에 생식기가 작동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이 하나 있다. 시카고대학의 매클린톡의 연구인데 십대 후반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때를 돌이켜 보라고 했더니, 거의가 열 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4학 때 무렵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열병이 사춘기 때의 호르몬과 별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부신사춘기'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어른이 모르는 과정 중에서 사랑의 감정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추진된다.

 

그 시기에 마땅히 치루어야 할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억제되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가령 자녀의 이성교제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방향으로 부모의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나, 근교에 수 많은 러브호텔은 그 나이 때의 하지 못한 변질된 '사랑노름'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 성욕의 발달과 관련된 지표는 감추어지고, 결코 축복받지 못한다. 이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시기가 사춘기이다. 책은 이 부분에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음모가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해서 축하를 하거나 잔치를 벌이진 않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될 이유는 또 뭐죠?"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어!'

 

이 책은 사춘기 때 잠에 관하여  긴 단원을 할애하고, 결론부에 가서 '아이들은 원래 잠꾸러기' 라고 한 번 더 강조를 하고 있다.

마침 이 장을 읽고 있었던 연휴에 아들은 늦으막히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담요들 두르고 소파에 앉아서 또 졸고 있었다. 호통을 치는 대신 안방 침대로 불러서 편히 자라고 했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급격한 발달만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뇌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어서 뇌압이 증가하며 따라서 많은 잠을 요구한다.

십대들이 뚜렸한 이유 없이 풀이 죽어있거나, 예민하거나, 퉁명스러워 보일 때에는 우선 수면량이 충분한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고 권고 한다. 이 책에서는 사춘기 때 수면의 적정량이 9시간이라고 한다. 

 

청소년기의 그들은 밤에 뭐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하거나,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냉장고를 뒤지는 일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이 이들의 잠 패턴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데 이 책은 이에 관하여 면죄부를 주고 있다. 워낙에 그들은 그런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형제, 자매 중에도 자기가 자야 할 시간에는 세상없어도 잠을 자는 아이를 보면 이해가 된다.

 

브라운 대학의 수면학자인 메리 카스케이던은 부모들의 취침시간에 관한 느슨한 태도는 그리 큰 몫을 찾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구조가 워낙에 그렇다는 것이다. 십대가 되면 어렸을 적보다도 멜라토닌( 뇌의 수면물질의 하나) 분비가 2시간까지 늦춰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잘 통제된 실험 환경 속에서 십대들은 9시간을 자고도 또 잤다는 것이다. 그리고도 한낮이 되면 졸음을 느꼈다고 한다.

내 사춘기 시절이 명확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늘 잠에서 해매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카이케이던은 재미있는 추론도 했는데 "인류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눈이 밝고 힘도 강한 젊은이들이 이 부족을 보호하기 위해 늦도록 깨어 있어 주변을 경계하는 게 중요했을 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밤 열두시 넘어서 집에 와서, 한 시에 잠을 자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난다면  권장량에 무려 두 시간 반이나 매일 모자란 셈이다.  

충분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 책은 잠이 부족한 청소년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엄중한 경고를 한다.

 

먼저 신체적으로는 호르몬의 전반적인 기능장애 징후가 나타나서 비만과 제 2 당뇨병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사고력과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이 동시에 손상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 통제력은 약화 되고, 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9시간 수면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지면 바로 REM(꿈수면)상태로 빠진다고 한다.

일류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 모든 신경질을 다 받아주고, 늙어서 자녀의 병수발을 하지 않으려면 심각하게 고려 해야 한다.

 

미국의 십대들도 우리와 같이 가장 수면이 부족할 연령이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단지 잠이 부족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입시에 성공을 거둔 아이들이 '학원이나 과외는 받지 않았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했다'는 말은 아직 믿지 못하겠지만 '잠은 충분히 잤다'는 말은 어쩌면 거짓말이 아닌 듯하다.

 

다음엔 책의 마지막장 '다가올 미래'에서 이 책이 말하고 하자는 전반을 요약 했는데 간단히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