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세 명의 학생을 둔 학부형의 어느 바쁜 토요일

두 아들 아빠 2006. 11. 27. 21:58

엇 그제 토요일(11/25) 오후에는 아내는 동아리 방 입주식를 한다고 나가고, 큰아들은 교회에 공부 하러 갔다. 나 혼자 남아 2시부터 작은아들이 고양시 학원 연합회에서 하는 우수학생 연주회가 있어서 국악학원에 가서 아이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고양시 교육청에 갔다. 

 

정말 웃기는 일은 고양시에 연주회를 할 만한 장소가 부지기수인데 예능학원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학원인데, 이들에게 하필 공교육의 본청인 교육청 강단을 빌려 주냐는 것이다. 민선 교육장이 팜플렛에 인사말도 넣었다. 민선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고양시 교육청 전경

 

피아노, 풀룻, 비올라, 바이올린, 일렉기타 등 양악기 연주 일색에 작은 아들은 세 명과 함께 판굿을 하였다. 꽹가리, 북, 장구, 징 이렇게 네명이 어우러져 신나는 우리 국악의 타악기 연주를 하였다. 우리 현석이 처럼 다재다능한 아이들이 많았다.

 

 

연주전 준비

(아들 왼손에 줘어진 것은 마이크 같지만 은박지로 말은 김밥이다. 어디서나 먹을 것은 확실히 챙기는 아들이다.)

 

 

판굿

 

연주회를 마치고

 

 

저녁 7시에 작은아이와 집에 와서 아들과 밥을 차려 먹고 동숭동으로 갔다.

아내가 다니는 국문학과 고전강독회 동아리 방은 을지로 3가에 있던 2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동숭동으로 이사를 했다. 먼저보다 좀 작은 규모이지만 동아리방으로써 내부구조나 환경이 손색이 없었다.

 

돼지 머리를 두고 고사를 지냈는데, 그 입에 2만원을 물렸다. 왜냐하면 아내가 2학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내와 같이 늦깍이 공부를 하는 동료들을 보면 세상 속에서는 비록 세파에 찌든 모습이 보일지라도 여기 모인 만큼은 그렇게 천진난만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내도 그렇다.

 

아주 가끔 행사에 간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에게 나는 아내의 남편이 아닌 학부형임을 늘 강조 했다. 그래서 그들도 학부형으로 모신다. 그런데 못된(?) 버릇들이 생겨났다. 뒤풀이 때 각자의 술값을 내지 않고 가는 학생들이 넘 많이 있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아내를 학교에 보낸 학부형이 한 분 오셨는데, 광고업을 하셔서 동아리 방에 와서 3일간을 무료 노력 봉사를 하셨다. 그분은 아들만 네 명이라고 한다.

헐~ 다섯 학생의 학부형이다. 그래서 꼼짝없이 그 술값 내가 다 냈다. 뭔 넘의 늙은 학생들이 그리 술을 잘 마시는지...

 

뒤풀이를 마치고 교회에서 공부 끝난 큰아들을 동숭동으로 불러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사람이 사는 목적이 사람이냐? 물건이냐? 당근 사람이라고 한다.

물건이나 가구가 남는 것이 아니며, 사람이 사람을 남기 일이다.

집안에 인테리어를 근사하게 하고 지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면 집을, 실내장식을 사람이 모시고 사는 일이다. 이렇게 확실한 구분만 한다면 살림에 구질구질함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쓸데없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