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보들의 행진

두 아들 아빠 2006. 12. 5. 18:11
요절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요즈음 여당 정치권에 보고 있다. (하감독의 처형은 역시 31세에 요절한 197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인 전혜린이다.)


대한민국 대표 바보인 노무현과 결벽증적 양심가인 김근태 바보의 행보이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의장자리에 앉아 있으며, 이 두 바보는 누가 더 바보인가를 다투고 있다.

한나라당의 꼴통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두 바보의 공통점은 원칙주의자이다. 또한 둘 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은 말하는 사람의 무게에 따라서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 온다.

두 바보의 삶의 여정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감동을 준다.


먼저 김근태는 폭압적인 정권하에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남았다.

장기간의 도피생활은 김근태에게 인간이 상상 할 수 없는 괴로움을 안겨주었다.

피신 시절이던 어느 정월 대보름날 밤 은신처를 구하지 못한 김근태는 통금 시간에 쫓겨 도곡동의 한 갈대밭에서 밤새도록 제자리 뛰기를 하며 추위와 싸웠다. 그 때 그의 머리에는 만주에서 독립운동하다 얼어 죽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의 기득권자들은 그 자리에 땅을 샀을 때 말이다.


경기고에 서울대를 나온 그와 반대로 노무현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상고 출신의 대통령이다.

한사람은 어려운 조건에서 입지적인 성공을 쌓았고, 다른 한 사람은 갖추어진 좋은 조건을 팽겨 치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공통점과 이질감이 함께하는 이 시대의 원조바보들이다.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를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초석으로 알고 있으며, 김근태는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 김근태의 양심 결벽증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황폐케 한 국가보안법 철패라 할지라도 날치기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당내의 가짜 개혁세력이 이용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진짜 바보이다.


자신의 완고함으로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는 김근태는 한편으로는 그 답지 않게 현실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정치 지역 구도를 깨려는 시도 보다는 어떻게 하던 세를 규합하여 다음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누가 정권을 잡던 올바른 정치구도와 정부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이런 관념의 차이에서 잠시 서로에게 각을 세우고 있다.

두 바보가 한자리에 만나서 토론을 한다면 근태바보가 무현바보에게 설득을 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바보이지만 노무현이 더 바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