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러기 아빠들의 환상

두 아들 아빠 2007. 1. 13. 10:50
  좀 먹고산다는 386세대를 주축으로 자녀들의 조기 유학열풍이 극에 달았다. 남들도 다 가니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이다. 작년 통계에 다르면 조기 유학자가 처음으로 20,000명이 넘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간 조기 유학을 떠난 총 숫자는 65,400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사람이 70%에 달한다. 이들 숫자는 정상적으로 신고를 한 사람이고 탈법적인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다.

그래도 그들은 소수일 뿐이다.


  대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가는데, 기간은 1~2년이 가장 많다. 처음 계획보다 더 눌러 앉아있는 경우도 있다.

기러기 아빠들은 자녀의 행복을 담보한다면 자신들의 고생쯤은 얼마든지 감내 할 수 있다는 비장함이 있다. 조기 유학의 목적은 오로지 영어다. 영어권 나라에서 놀다만 와도 영어 하나만은 건지고 올 것 이라는 맹목적인 영어숭배사상으로 수많은 아버지들이 기러기 아빠를 자처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점과 환상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조기 유학이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자녀들도 알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편법과 불법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자식에게 일찌감치 알려주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심어주는 일이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자기 자녀는 한 10km 앞세워서 뛰겠다는 심리다.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미래 세상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먼저 영어가 인간의 실력기준의 척도가 되는 일은 지금처럼 되지 않을 일이다.


인생은 비장함으로 살아 갈 수 없어

  자녀를 기르는데 비장함으로 안 된다. 자신의 부모가 엄청나게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길러냈다고, 가정을 일시 해체하는 방식으로 따라잡을 일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온전한 영혼이 먼저다. 자녀가 부모와 연대를 끊고 있었던 문제는 언젠가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를 먼저 각오해야 한다.


영어 하나는 제대로 배워 온다고?

  현재 강남과 분당 등 이른바 고소득층이 모여 사는 동네의 학생들은 최소 1년 미만에서 길게는 2~3년간 조기 유학을 다녀왔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영어 시험은 죄다 문법위주로 시험을 보고 있다. 가령 12개의 영문 지문을 주고 문법상 맞지 않는 것은 묻고, 이중 답이 5개라면 보기는 3개 정도만 준 것이 답으로 한다. 그래서 결국은 12개 지문을 모두 알아야 한다. 이는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한 학생이 더 유리하다.

몇 년씩 조기 유학을 다녀와도 따로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학교 시험에서 잘해야 70~80점대를 맞는 일이 허다하다. 내신이 강화된 요즈음 과거형 기러기 아빠들은 좌절을 한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어

  더구나 불의한 작용은 반듯이 반작용을 불러 일으켜 사회적인 균형감을 갖추게 마련이다. 이게 정의로운 사회이다. 자기 자식을 출발선 앞에 세우려고 머리를 쓰면 심판관은 어떻게 하든 모두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심판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사회는 편법과 힘의 논리에 의한 불의함이 통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너 거기서 잘 놀다 왔지!

  조기 유학을 다녀 온 자녀들은 미래에 이를 자랑 할 수 없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월등하면 모를까 한국에서 힘든 교육 여건을 늠름하게 버텨온 아이들에게 “너 거기서 잘 놀다 왔지!”이거나, 아니면 “좀 살았는데” 라는 비아냥을 받을 일이다.

문제는 남의 이목이 아니라, 영어 공부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의미를 찾아야 할 사춘기시기에 가족과 단절을 하고 떠난 조기유학은 깊이 생각 해 보아야 한다.


이를 보내지 못했다고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기러기 아빠들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방학 때 학교 무료급식이 끊겨서 이 추운 겨울에 고통 받는 자녀의 친구들이 있다. 이를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