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미

영화 ‘밀양’을 보고(여성의 억압된 의식)

두 아들 아빠 2007. 6. 4. 01:22

영화평을 쓰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당연 스포일러다. 열심히 만든 영화를 다 까발려서 보지 못하게 하거나, 흥미를 반감시키거나 떨어트리면 안 된다. 거기에 영화를 보는 관점을 좀 색다르게 하고 싶어서 스토리가 아닌 주제를 중심으로 쓰려한다.

 

"신애씨! 따뜻한 커피 한 잔 갔다 드릴까 예"

 

이 영화에서는 종교(기독교)를 크게 다루고 있지만 그 저면에는 우리 사회에 여성의 억압된 구조가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죽음과 같은 고통'

 

첫째, 먼저 남편이 바람까지 피우다 죽었는데(교통사고의 원인도 바람으로 추측)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의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것부터가 비정상적이다. 남동생이 이를 일깨우자 울면서 아니라고 부인한다.


둘째, 아들을 유괴해서 죽인 살인범을 찾아가서 ‘용서를 해 주겠노라.’ 를 말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뻐근해지며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죄 지은 여인이 신부님 앞에 고해성사를 하는 것 같았다.


셋째, 신애(전도연 분)가 밤거리를 휘청거리며 걸으면서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잘 들어 주시기 바란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뒤에 말만 들었다. 죽은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담배 피우며 숟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도 그 놈의 남편 고향에 내려 왔는가?


‘스톡홀롬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다. 스톡홀롬 이라는 곳에서 인질극이 벌어 졌는데, 인질들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던 인질범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넘어서  이들에게 동화되고 동정심과 애정까지 느끼는 현상으로, 영화 속의 신애라는 여성에서 보인다.

 

어찌보면 국민 중 많은 수가 이런 구조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 후보감으로 추대하는 것 말이다. 일종에 마법에 걸린 것이다.


이 영화의 설정 상 억지는 신앙적인 실력이 전혀 쌓이지 않은 여인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져서 믿음 갖는다고 뭔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적인 도움이 아니라 실적인 도움, 즉 다른 가족이 있는 곳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같이 밥을 먹어주고, 온전한 생활을 같이 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를 한 사람이 있다. 종종 오버를 하지만 의리의 사나이 종찬(송강호 분)이다. 이 영화로 송강호는 대한민국 여성들로부터 엄청 호평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