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미

영화 ‘사랑’을 보고 1.

두 아들 아빠 2007. 10. 1. 10:46

(개봉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스포일러는 최대한 주지 않았다.)


곽 경택감독은 386세대의 영화감독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친구’를 2001년 3월 선보였다.

친구 이후 똥개 - 태풍 - 챔피온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은 흥행에 실패를 거듭해오다. 이번 추석 때‘사랑’을 발표했다.


이제 불혹을 막 넘긴 곽감독은 ‘친구’를 히트 시켰을 때는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사람이 일찍 성공하면 그 성공을 유지하고 지키기가 얼마나 어렵고 큰 부담으로 남느냐를 보여주는 실례다.


곽감독의 영화 제목은 특이 하게 두 글자 내외다. 더구나 ‘친구’, ‘사랑’이라는 제목은 흔하다 못해 진부하다. 이번 영화의 제목은 관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을 피워서 정했다고 한다. 조폭 영화로 부산의 칠성파에게 시달림을 받고 또 조폭영화를 찍느냐고 아내가 말렸다고 했다.


영화란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대본- 연출- 연기라는 삼 요소가 있다 이중에서

영화는 대본, 즉 스토리가 기본이다. 시나리오 구성이 얼마나 탄탄한가가 제일 우선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는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부터 문제가 있다.


한국 영화는 감독의 연출에 전적으로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곽감독의 경우는 자신이 시나리오까지 쓰는, 가수로 치면 노래도 부르고 작곡도 하는 경우다. 시나리오 작가는 전문직이다. 더구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크게 벗어나는 글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 기성 작가들이 글을 쓰다, 쓰다 맨 나중에 쓰는 것이 역사 대하소설류다. 감독의 연출이 대본과 연기를 함몰시키는 한국영화는 그 한계에 올 수 밖에 없다.


‘친구’가 항구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우정, 조폭의 세계를 그렸다면 영화 ‘사랑’은 앞선 모든 것의 판위에 사랑을 강조시킨 것이다. 친구에서 유오성의 애인으로 나오는 여성의 후속 편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똥개 - 태풍 - 챔피온으로 이어지는 실패에 이어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한 느낌마저 들었다. 곽감독의 소통 방식은 직설화법이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 난무하는 욕지거리를 변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스토리의 구성도 영화 ‘친구’와 흡사한 성장소설이다. 스토리의 반전이 없음과 탄탄한 구성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말끔한 진행이 돋보였다.


이 영화의 스토리 줄기는 미주라는 여성의 가정사에 인호가 뛰어든 격이다. 영화 ‘밀양’에 이어서 부성(父性)의 부재는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친구’는 건달인 아버지와 장의사 아버지가 나오기는 했지만 ‘사랑’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자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무기력한 한 많은 어머니만 나온다.


곽감독의 특이한 점을 이번 영화로 확증을 갖게 됐는데 식사 장면을 극도로 절제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다 보면 의식주를 담게 마련인데 특히나 먹는 장면은 빠질 수가 없다. 그런데 곽감독은 ‘사랑’ 대사에서 뭘 먹자는 말은 나오지만 막상 식사 장면은 찍지 않았다. 이에 관한 묘한 복선도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흥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전투적인 사랑을 선호해서 공감이 갈 수도 있지만 인생을 그럭저럭 잘 살아 온 중년들이 보이기에는 와닿지 않는 영화 일 수도 있다. 이 영화를 같이 본 국문학과 교수인 평론가는 관객 동원에 크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하지만 곽감독과 영화 ‘친구’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동남아나 외국에서는 우리 방식의 처절한 순애보를 그려내서 의외로 큰 반향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