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아가기

두 아들 아빠 2007. 8. 17. 19:48
 ‘아파트 공화국’ 이라는 책을 낸 프랑스의 지리학자는 한국의 아파트 경비원은 저임금에 착취당하는 노령신분이라고 했다. 외국인의 눈에는 마치 노예 신분 같이 보였다는 것이다. 창피한 일이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외국인의 글을 보고 이글을 쓴다.


아파트는 우리의 주거 문화를 단기간에 바꾸어 놓았다. 올 4월 말 현재 아파트 전체 가구 수는 약 508백만으로 전국 가구 수 약1500백만 중 1/3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밀집도가 높은 주거 환경으로 인하여 저밀도 주택지와는 사뭇 다른 문화가 형성된다.


밀도가 높다고 이웃 간이 교류가 더 친밀한 것은 아니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게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다. 아파트문화로 인하여 주민과 밀접한 새로운 종사자가 생겨났다. 바로 아파트 경비원이다.


경비원이라 함은 도둑이나 강도 등 흉악범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는 신분이다. 그런데 우리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완력을 쓰는 것과 거리가 먼 할아버지들이다.

밤이 이슥하면 활동을 하는 밤손님과는 반대로 초저녁 잠이 많은 노친 네들은 잠을 자기 일수 다. 반대로 새벽잠은 없으셔서 일찍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흉악범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인근 상가에 볼일을 보러 와서 아파트 단지에 주차를 하는 사람이나, 광고지를 돌리는 사람을 붙잡아서 망신을 주거나, 위층에서 뛰는 아이들로 인해 인터폰을 받아서 조용히 해달라는 역할이 주 업무가 되었다.


아파트경비원들이 낮에는 빈둥대다가 밤에는 잠만 잔다고 하면 그 분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아파트 현관 키를 맞아 주는 일은 아주 당연한 임무가 되었고 청소와 화단 가꾸기 등 온갖 잡일을 다 한다. 경비원이 아니라 ‘집사’가 맞다. 더구나 12시간 맞교대 근무는 젊은이들도 힘들어 한다.


시간당 최저 임금제가 도입되자 전국의 아파트는 투표를 하였다. 경비원 임금이 올라서 숫자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아파트관리비를 더 낼 것인가를 결정짓는 일이다. 그만큼 경비원들의 임금은 저임금이었다는 것이다.


관리비를 올린 아파트는 드물다고 알고 있다. 대게는 사람을 자르는 것을 선택했고, 그렇지 않으면 편법적으로 밤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치지 않고 임금을 올리거나 줄이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경비원들의 신분보장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서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아파트관리회사의 소속도 아니고 용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해 놓고 자신들의 목숨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배짱이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나 삼촌이 생각나서 오가면서 용돈을 주는 사람도 있고 식사 시간 때에 먹거리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사람도 많다. 명절이 되면 작은 선물이나마 잊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상봉동에 소재한 아파트 현장에서 인, 허가 업무를 했을 때 인근의 알고 지내 던 주민 한분이 경비원 자리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지정한 관리회사의 중역에게 말을 해 보았더니 경비원을 신청한 사람들의 이력서가 담긴 철을 내게 보여주었다.

의심이 갈 정도로 현역시절에 대단한 직책에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것이 어찌 기준이 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성실도는 더 있지 않겠냐는 대답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근무에도 불구하고 경비원 취직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 이유는 자식에게 손을 벌려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우리의 부모세대들은 자식에게라도 의존하면 빌어먹는 짓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강한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기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관리비가 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