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대의 꽃은 전방의 사단장이라고 했다. 별 두개의 사단장은 병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최고 계급이며 그 위는 일종의 관리자 역할이다.
전방사단은 전투력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서 보급도 충분하고 전시체제와 같은 진짜 군대라 할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군사반란 자들의 계급은 모두 별 두개인 소장들이었다.
임원은 회사에 반란을 할 수 없다. 그저 사용자가 써먹을 때까지 충성을 다해야 한다.
기업에서 꽃은 물론 CEO가 있지만 소수이기에 이사급 이상의 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별을 단 것과 같이 부서장 때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먼저 가시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집무실에서 비밀스러운 대화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예전에는 운전기사가 딸린 회사차가 지급됐지만 요즘은 대기업이라도 자가 운전을 한다. 회사차가 지급되지 않으면 차량운행비를 보조 받는다. 법인카드가 지급되고 전결권이 커진다. 이것뿐 아니라 때로는 스톡옵션을 받아서 대박을 맞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거저 주는 것은 아니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고도로 절제된 자기 관리와 상하로부터 존중을 받고 일의 성과가 분명하며 흠결 없는 언행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일단 임원이 되고 나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회사 일이 모든 일에서 우선시 되어야 하며 따라서 가정과는 담을 싸야 한다.
회사에 이익이 된다면 불법적인 일이라도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오너의 입장에서 모든 사무를 처리해야지 직원 편을 들면 애초에 임원이 되지도 못한다.
인원을 늘려 달라고 하려거든 먼저 사표부터 쓰고 말해야 한다. 있는 인원을 어떻게 하던 쥐어짜야 한다. 따라서 직원들에게는 악랄하다는 평판을 늘 유지해야 한다. 거룩한 척을 했다가는 목이 달아 난다.
업무의 전문성 보다는 인맥이 넓고 끈끈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가 필요로 할 때 즉각 인맥을 동원해서 해결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사전에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휴일이라도 인맥들의 대소사를 빠지지 않고 챙겨야 한다.
출근은 가장 먼저하고 출장이나 외근이 아니면 퇴근도 가장 늦게 해야 한다. 간혹 휴일 날 쉴 때도 언제든지 회사로 달려 갈 생각을 하고, 쉬는 것이 불안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외국 출장이라도 다녀오면 회사부터 들러야 한다. 휴가는 가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버려야 한다.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 휴가를 반납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리보존을 위해서는 회사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는 늘 쥐고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그동안 회사가 시키거나 자신이 나서서 저지른 불법적인 일도 회사가 다 기억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벌금이나 물고 회사가 힘을 써서 자신은 감옥에 가는 수가 있다.
임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의 감정 표현을 극도로 절제해야 한다. 임원이 되면 아주 못돼먹은 버릇이 생기는데 인사를 잘 받지 않거나 건성으로 받는다.
모든 언행은 사장에게 자기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돼야 하는데 그렇다고 표가 나서는 안 된다. 회사를 위하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엔 자리 보존을 위해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임원은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같은 임원끼리 힘의 균형을 이루며, 남의 성과를 일찍 가로채는 기술이 발달되고 자신에게 불리한 성과는 초기에 밟아 버려야 한다.
이 모두를 살펴 볼 때 ‘이게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대기업의 임원은 인성이 제대로 서있을 수 없다. 설사 있더라도 없는 척 해야 한다. 그렇게 오래하다 보면 그나마 남아 있던 인성도 없어지게 된다.
자기 방이 있다고 좋아 할 일이 아니라 고립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점심시간 무렵에 자기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는 직원들이 많고 부하직원들이 점심을 같이 하지 않으려는 눈치가 보이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임원에게 집무실을 따로 내주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렇게 손상된 인성으로 인하여 멀쩡한 직원들과 따로 격리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써먹으려는 것이다.
요즘은 상무급도 팀장이라 부르며 임원의 전통적인 지위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의 변화는 쌓아 온 경험이 노하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을 앞두고 ‘어렵다!’ ‘힘들다!’ ‘불가능하다!’를 사장 앞에서 각각 한번 씩만 하면 바로 잘린다. 임원이 잘릴 때는 예고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반격의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임원으로 일 할 때는 마치 자기가 회사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잘릴 때는 대리급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과장급이 퇴사하면 환송회가 시끌벅적하지만 임원의 환송회는 아애 없거나 마치 장례식장 같이 고요하다.
임원은 노조가입이 안 된다. 평생을 뼈 빠지게 충성하고는 어느 날 사용자로부터 예고도 없이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보따리를 싸야 한다.
앞으로 써먹지도 못할 것들을 주섬주섬 싸면서 눈물을 삼키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동안 담을 쌓고 지내 온 집에 들어서면 가족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처다만 볼 일이다.
임원이 되지 못한 분들은 너무 서러워 할 일이 아니다. 사회적인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나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성을 지 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오늘도 새벽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출근하는 젊은이들이 부지지수다.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와 효율성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냉혹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도 부정이 난무하고 불법이 판을 치는 일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다음세대까지 물려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다. 정치가 바로 서고 정부가 깨끗해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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