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중학교 1학년 학력진단 평가의 본질

두 아들 아빠 2008. 3. 8. 09:34

  이번에 중학교에 들어간 둘째 아이가 입학 전에 배정된 학교에서 평가시험을 봤는데 엇 그제 또 시험을 봤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시험인가 했더니...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6일 동시에 실시한 학력 진단평가는 전국 중학교 1학년 68만여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진단평가가 1998년 폐지 이후 10년 만에 기습적으로 치른 일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시험을 강행한 이유는 평준화는 곧 평둔화(平鈍化)로 규정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수준별 반 편성부터 학생 개개인의 학력에 대한 실증적 평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습방법 개선과 학력 신장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와 학교도 정확한 정보와 자료부터 제대로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가 결과를 개인별 원점수와 학교 내 석차 백분율 및 시·도 내 석차 백분율, 학교 평균점수, 시·도 평균점수 등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번 학력 평가 시험에 관한 언론들의 반응은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환영일색이다. 교육평준화정책 와해를 공청회도 없이 한나라당 편향의 교육감협의회결정으로 밀어붙였다. 인수위가 교육부를 없애 버린다고 으름장을 놓으니까 밤새워 시험지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것 같다. 이는 교육의 쿠테타적 발상이다.

 

인수위가 교육부를 없애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한다고 하더니, 획일적으로 한 가지 시험지를 놓고 전국의 학생을 평가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이것이야 말로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서기로 만드는 짓이다.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평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중학교 1학년 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수능대비시험으로 충분히 학력을 검증 할 수 있는데도 어린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인수위의 공언대로 자사고를 100개 세우려고 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함인데 이를 감추고 있다. 사업시행초기부터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보자는 의도다.

 

학습방법 개선과 학력 신장은 핑계일 뿐이며 사학이 돈 되는 사업으로 업종변환 하는데 정부가 나선 일이다. 이번 시험의 결과를 놓고 각 지역별로 자사고를 몇 개 세울 것인가에 활용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학 - 종교 - 대기업 - 언론 - 법조계 등등의 상류계층은 심정적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제일 먼저 사학의 편을 든 것이다.

 

  앞으로는 실업계 - 인문계 - 특목고(자사고, 외고 포함)라는 세 개의 학생 신분층이 생길 것이다. 더구나 학력이 낮게 나오거나 높게 나오는 지역에 따라서 정서적 위축감과 쏠림현상이 일어나서 일부지역에 한하여 부동산 투기까지 우려되는 일인데 이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있는 특목고와 앞으로 생길 100개의 자사고에 입학하지 못하면 학생취급도 받지 못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원과 과외로 내몰려야 한다. 그런데 무슨 사교육을 줄이는 방편이라고 억지를 쓰는지 모르겠다.

 

사립초등학교 - 중학교(우열반) - 특목고 - 일류대학 - ‘확실한 신분보장’을 이루려는 구도인데 전통적 기득권 세력은 자식이 어릴 적부터 승부를 걸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 자기들만의 안전한 통로를 구축하려한다. 이게 그들이 주장하는 평준화 폐지의 속내다.

 

우리사회가 그동안 천재와 수재가 부족해서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다. 수재는 몰라도 천재는 제도권 교육에서 길러 낼 수 없다. 역사적으로 기득권은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산다면 나라도 팔아먹은 자들이 소위 엘리트들이었다. 더구나 하나님을 믿는다는 장로대통령이 엘리트주의를 선호함은 전혀 성경적이 못한 발상이다.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사람이 사람위에 굴림 하는 엘리트주의를 말씀한 적이 없으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계급적 우월감을 심어 줄 수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 확대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에게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목과 외고는 교육의 특성화 본질이 없어지고 다만 일류대학을 안전하게 가는 방편이 되었다.

 

일류 중, 고등학교가 존재했던 박정희 정권 하에서 초,중학생의 1/3이 정신병력적인 현상이 있다고 해서 폐지한 것인데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다시 시도함은 역사를 되돌리고 교육과 아이들을 망치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