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집에서는 잠만 재워주세요!

두 아들 아빠 2008. 3. 13. 14:14

어느 학원의 선전 문구다. 학부모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읽은 매력적인 말이다.

저녁도 학원에서 먹이고 밤 12시까지 아이들을 붙잡아 놓고 공부를 시키겠다는 것인데 아이에게 공부를 해라, 마라 씨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 반찬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자녀를 잠자리만 봐주면 된다면 얼마나 편한 일인가! 잠자리야 봐줄 것도 없다. 침대에 이불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특목고에 들어가는 것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순기능이 있다면 기숙을 한다는 것인데 그 나이 또래를 집에 대리고 있다는 사실이 비상적인 사태다. 이미 성인이 다된 자녀를 집안에서 돌보며 평온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서로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부딪히게 되는데 그래서 좀 떨어져 있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며, 또래끼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격체가 서로에게 주고받은 교류와 공동체적 사회생활을 연습하는 기회라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문제는 그게 온전한 집단이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학원이 그 일를 담당하는 게 마뜩치 않다. 학원의 설립요건이 음식점을 차리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검증의 잣대가 학교만큼은 없다. 그러대도 아이들을 학원으로 모는 일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모두가 성적 향상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뒤에 다른 요인도 있다. 자녀와 부딪히는 것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읽고 ‘집에서는 잠만 재워주세요!’라는 선전무구를 낸 것이다.

 

이런 시기가 3년에서 6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인데 문제는 이시기가 자아를 형성하고 가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때인데 성적을 위하여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는 심각함이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참으라고 할 일이 아니다.

 

일류대를 나오고 뭔가 한 가지 특출 난 특기가 있어서 밥을 먹고사는 게 해결된다고 인생 전반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뉴스와 주변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대안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앞에 낭떠러지가 있지도 모르고 한 줄로 서가는 양떼마냥 앞만 보고 가는 형국이다.

자사고를 100개 만들게 아니라 고등학교에게 기숙사 시설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