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가 4 년 전에 방송대 국문학과에 입학하자. 주변의 비교적 친한 분들이 제게 이렇게 물어왔다. “이제 그거 해서 뭐 하려고요?” 저는 마땅한 답을 못했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공부의 목적을 돈에 두면 공부를 해서 얻는 유익의 60%도 찾지 못하며 돈이란 그 정도 수준에서 얻어 진다는 말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태우고 휠체어, 목발을 실고 통영으로 떠났습니다. 아내의 동문들의 졸업여행에 저도 동참했습니다. 통영과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아 좋았습니다.
1~2학년 때부터 보아왔던 낯익은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달라진 것은 눈빛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생활인, 주부들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눈에서 빛이 나고, 어느 분은 정말 몰라보게 젊어진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공부를 한 기간만큼 나이를 되돌린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시험 준비를 할 때나, 아니면 답사나, 그리고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끊임없는 이어지는 각종 뒤풀이 행사 때면 나는 두 아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아내가 없는 저녁에 아들들과 중국집에서 소주를 곁들이며 자장면을 먹고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보거나, 자기들 끼리 우릴 손가락질을 하며 이혼한 가정이라는 눈치까지 주었습니다. 이를 제가 아니라 큰 아들이 듣고 기분 나빠 했습니다. 그 이후론 아들들과 외식을 하지 않고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제가 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아내는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배우기 위해서 독학을 하기도 하지만 인격자끼리 교제를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학교는 그래서 있고, 그런 아내를 지지했습니다. 이제 4년의 세월을 보내고 졸업식을 앞둔 제 아내와 그 동문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유행가 가락에서 사랑 타령을 하지만 어쩌면 사랑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이란 것을 아주 극명하게 해줍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상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 올리는 과정 자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온전한 성인이 되도록 교육시키는 거룩한 사랑 말입니다.
“이제 그거 해서 뭐 하려고?” 이젠 그분들께 속으로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당신은 지난 4년 동안 뭐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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