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남자들은 왜 군대 이야기에 열광할까?

두 아들 아빠 2009. 4. 7. 12:25

남자들은 길어야 3년, 요즈음에는 2년 밖에 안 되는 군대 생활을 인생을 살면서 아주 오래 동안 이야기합니다. 우려먹는 다는 표현이 더 맞은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군대 이야기에 별 흥미를 가지지 않는데도 개의치 않고 한번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열을 올려서 기어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맙니다.

 

왜 그럴까요?

 

전쟁이란 집단적 광기에 의해서 저지르는 것이고, 군대란 닥쳐올지도 모를 광기의 시대를 준비하는 집단입니다. ‘광기’란 미친 것을 그나마 듣기 좋은 말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군대는 미친 척을 해야 하는 집단입니다. 멀쩡한 사람이 미친 척을 한 세월이 너무도 기가 막혀서 오래 동안 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장동건이 주연으로 나온 ‘해안선’ 이라는 영화는 어느 날 밤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이 취한 채 정사를 벌이던 두 남녀를 오인 사살했는데 오히려 간첩 잡은 해병으로 표창 받고 포상 휴가까지 나옵니다. 그는 애인에게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강상병은 점점 난폭한 행동을 하다가 마침내 정신적 장애로 인해 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그 후에도 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게 됩니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광기의 세월을 보냈기에 오래 동안 잊지 않고 이야기 합니다. 자기 이야기뿐 아니라 남의 이야기도 자기 것처럼 둔갑시켜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마치 미친 사람이 길을 가면서 주절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성들의 입장에선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약간 미친 이야기를 하니까 의아해하고 흥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에 비해서 감옥에 간 이야기는 그리 오래하지 않습니다. 범법자로 창피해서 그렇겠지만, 과거 민주화 투쟁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군대보다 오래있었던 감옥 이야기를 그리 오래 동안 하지 않습니다. 수형 생활 자체가 단순함도 있지만, 그보단 억울하기는 해도 미친 척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감옥에 갔다 온 사람들은 꿈에서 다시 감옥에 끌려가는 꿈은 별로 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군대에 갔다 온 남자들 중에서는 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대략 40대 초반까지도 꾸었다고 기억합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총을 쐈는데 총알이 아니라 콩알이 나와서 비록 꿈이지만 사람을 죽이진 않았습니다. 군대가 무려 20년 동안 무의식 속에서 잠재되어 있었다는 끔찍한 사실입니다.

 

길거리에서 끼어드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온 가족이 있는데도 심한 욕지거리를 하고 접촉사고가 나면 그저 보험처리하면 될 것을 멱살잡이를 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주차 문제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유는 남자들이 아직 군대의 광기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이 50의 문턱에 섰는데도 저는 아직도 군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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