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5월은 집단적 이벤트의 달

두 아들 아빠 2009. 5. 7. 12:47

5월은 이벤트가 유난히 많은 달이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여기에 5월 2일은 '오이' Day라고 하고 민중이 자국의 군대에게 무참히 죽어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성년의 날이다. 작은 아이는 개교기념일과 소풍까지 끼어있다.

 

집단 이벤트는 사회를 한데 결속하는 힘도 있지만, 소외자의 쓸쓸함을 더 부추 키기기도 한다.

실업자가 엄청나게 많은 요즈음 ‘근로자의 날’에 실업자가 평일인 낮에도 눈치 안 보고 돌아 다녀서 좋을지는 모르지만 씁쓸한 마음이 더 드는 날이다.

‘어린이날’은 부모가 안 계시는 아이들이나, 결혼 한지 꽤 되었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는 허전하고 난망한 날이다.

촌지 문제로 학교 문을 닫아야 했던 ‘스승의 날’은 스승 됨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서글퍼지는 날이기도 했다.

‘부부의 날’ 만큼 뻘쭘한 기념일은 없다고 본다. 매일 같이 생활하고 자는 사람끼리 날 잡아서 뭘 하자는 것인가. 한국의 현실에서는 차라리 ‘아내의 날’이 더 낫다. 혼인을 하지 못한 노총각과 노처녀는 이 날이 원수 같지 않을까!

‘성년의 날’은 딱히 소외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나마 사회적 집단 이벤트로써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집단과 가정, 개인들은 왜 이벤트에 집중하는가?

앞서 표현 했듯이 집단의 결속을 위함이 크다. 다음으론 평상시에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못했기에 날 잡아서 한 번에 해결하려는 숨은 의도도 있다. 그래서 그 날만큼은 흥청망청 까지는 아니더라도 살풀이 한 마당을 해서 뭔가 받아 내고 말겠다는 비장함도 있다.

 

가정에서 대표적인 이벤트는 생일과 결혼기념일인데 이날을 기억하지 못하면 아내들은 자기에게 관심조차 없다고 서운해 한다. 과연 그럴까? 이벤트를 원만히 치르지 못하면 미안함과 그 한이 쌓이기도 해서 차라리 이벤트가 없는 만도 못하다는 푸념도 나올 수 있다. 한국적 현실에선 아내가 힘들고 억울하기에 그렇지만 사실 결혼기념일은 남편만이 챙겨야 하는 일은 아니다.

 

평상시 삶이 참고, 견디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은 오래도 가지 못하지만 관계성을 악화 시키고 개인의 건강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소통이 막힌 사회는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벌여야 하고 이벤트에 집중한다고 본다. 평상시 감동받을 일이 없고, 그래서 무뎌진 감성을 이벤트로 불러오기 위함도 있다.

 

부부가 해외여행을 잘 다녀와서 또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이유는 이벤트의 약발이 떨어진 경우도 있고, 이벤트에 너무 과다한 지출로 그 후유증을 더 오래 겪는 웃기 못할 일도 벌어진다. 바카스가 피로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벤트가 삶의 활력소가 되지는 못한다. 이벤트는 기념일 보다는 전체의 축제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부부끼리, 부모와 자녀 사이에 원만하게 소통이 된다면 그까짓 이벤트는 우습게 여길 수 있고, 별 의미가 없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목사님 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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