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과거는 짐이 아니라 힘이다. (1편)

두 아들 아빠 2009. 7. 15. 11:42

아주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항상 현재를 중시하고 미래지향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지난 과거가 무의식중에 덜미를 잡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에서도 이를 아주 중시하고 있습니다. 태생과 성정과정을 살피는 일을 기초 작업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축복받은 태생이었나, 그렇지 않았나, 성장과정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은 없었나를 알기 위해서 최면술까지 쓰면서 파고들어 가기도 합니다. 과거의 모습이 현재나 미래에 변형된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과거 - 현재 - 미래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일직선상에 이어져 있다는데 죽은 사람 빼고는 크게 이의를 달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과거 없는 현재가 있을 수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가 짐이 되는 사람의 경우는 마음 안에 억울함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 억울함의 원인과 정도를 측정하는 일은 치유에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사람은 기억을 자기 식으로 변형시켜기도 합니다. 이를 문제가 있고, 크게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 자기식의 치유 방법이었고 그래서 상처를 싸안고 버티고 살아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체적 사실을 왜곡해 얻는 것은 일시적 위안뿐이지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상한 인격이 형성 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가 그리 세상 적으로 훌륭하지도 않았는데 기억을 왜곡시켜서 마치 아주 훌륭한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가는 경우가 있는데 왜곡 시킨 기억이 자신의 삶을 그리 바르게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과거에 대한 실체적 사실을 밝히는 일이 우선이고 이를 분석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논리적으로 유추해야 합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 보면, 아들의 담임선생님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경우가 있었습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 1학년 때 까지 모두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남자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만나 한번은 내가 술을 사고, 다음엔 선생님이 샀는데 저와는 띠 동갑 아래의 나이었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데 까지 친밀해 질 무렵에 자신이 중학생 때 가출한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이유인즉 아버지가 사업에 철저히 실패해서 날마다 빚쟁이가 집으로 몰려오고 학교에 낼 돈도 없기에 견디지 못해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돌아오기는 했는데 아버지가 혼을 내기는커녕 이후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려졌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제가 그 선생님께 드린 말씀은, 우선 아버지의 사업실패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무능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제적 활동이란 자신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 다음엔 아버지는 비록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아들이 학교에 낼 돈도 없이 거덜이 났다는 사실은 아버지는 양심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황으로 보아 기획 적 부도도 아니고, 모든 돈을 쏟아 부어서 어떻게 하던 살리려고 끝까지 노력했다는 것이죠. 우리사회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말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도 그렇지만 그로 인해서 자신이 가출을 한 행위에 대해서 용납이 안 되고 그럴수록 아버지를 더 원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 정신이 실패한 사업과 돈에 대해서만 쓰고 있었기에 자기가 잃어버린 것이 단지 돈으로만 알았는데 아들이 집을 나간 후에 아버지는 정신이 바짝 들었을 것입니다.

 

가출은 그런 측면에서 아버지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더 잃어버릴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들이 가출로 알려준 것이지요. 그날 그 선생님은 날 붙잡고 밤늦께 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어찌 보면 과거가 짐이 아니라 힘이 된 일입니다. 다음날 수업은 망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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