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명절! 정말 즐거운 날인가?

두 아들 아빠 2009. 10. 4. 20:44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풍성한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명절을 앞두고 의미 없는 문자들이 날아옵니다. 그것도 나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에 날리는 문자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2대 명절이라고 하는 설과 추석은 가족과 친지 중심의 명절이지, 사회적인 축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가족관계가 와해 됐거나, 친지간의 불화가 존재하면 즐거운 날이 아니라 잊고 싶거나, 그냥 넘어 가고 싶은 날입니다. 그럴 수 없다는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대학입시에 실패했거나, 노총각, 노처녀들은 '언제?' 라는 대답할 수 없는 친지들의 질문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가?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나몰라 자기들 삶에만 열중하다가 명절이라는 날을 정해서 확인하려는 것이죠. 일 년 중에 날 잡아서 그동안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명절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자들이야 '일 년에 한 두 번인데 좀 참지!'라고 하겠지만 여성들 입장에서는 '그런 날까지 부려 먹어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이상한 일은 오래 부림을 당한 여성일수록 이런 반론에 '뭐가 문제냐'는 식입니다. 그 속내는 자기도 고생했으니 이 억울한 놀음을 어떻게 하던 대물림을 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악습이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실제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부여잡고 있는 경우입니다.

 

사람의 모임에는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그 구심점에서 나오는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거창하게 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치의 합의점은 있어야 하지요. 대가족 시대에는 집안의 어른이 있었고 유교라는 고도한 합리주의적 사상이 뿌리 내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상은 다 빠져 나가고 그 찌꺼기인 제사와 이를 내세워서 권위와 효도를 은근히 강요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저 친지들끼리 모여서 아이들 공부가 어떻고, 승진이 어떻고 온통 먹고 사는 데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회현상에 대해서 토론하고 비판하는 문화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토론 문화가 없던 것이 문제이지만 권위로 누르려 하거나, 세대차로 인해서 아애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고향 어귀에서 만난 친구에게 “나중에 보자!” 해 놓고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나서 서로가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을 달리고 막혀 내려온 고향에서 여러 가지 미묘한 일을 당하고 씁쓰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명절을 보내고 아내와 몇 칠 동안 냉전모드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렵사리 관계를 회복해 놓으면 다음 명절이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