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방, 농촌

전원생활을 꿈꾼다고? (1)

두 아들 아빠 2009. 12. 17. 09:21

사람은 워낙에 자연과 함께 살게 되어있습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연과 함께 한다는 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회색빛 도시는 가로수와 네온사인으로 눈을 기만하고 뇌파를 현혹하지만 결코 자연스러움은 아님니다. 그러하기에 나이가 들어 전원생활을 꿈꾸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낮에 하늘을 우러러 보지 않으며, 밤에 별을 바라보지 않고 사는 게 도시인의 삶입니다. 반면에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자연에서 뚜렷이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보게 되며 달빛과 별 빛마저 그토록 밝다는 것을 알게 되는 전원생활은 자연을 벗 삼는 구도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접 가꾼 텃밭에서 철마다 싱싱한 야채를 얻고, 또 이를 이웃에서 얻고, 주는 인심에서 마음이 다 넉넉해집니다. 지방과 시골이라고 구하는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만 차를 끌고 나가면(교통 혼잡과 막히는 것은 경기도만 벗어나면 해결된다.)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좁은 아파트 노인정에서 늙은이들끼리 자리다툼이나 하고 사느니 혼인한 자녀들이 손주들을 대려 와서 주말에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전원생활은 본인에게도, 자녀에게도 금상첨화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남의 꿈을 가지고 왈가왈부 시비를 걸 일은 아니지만 정말 꿈을 이루려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힘이 다 빠져서 오면 안 되며,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보다는 아내와 남편이 뜻을 같이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선행 되지 않으면 그저 이룰 수 없는 허망한 꿈만 꿀 일입니다.

 

 

기력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은 사회, 경제적인 완전 은퇴를 말합니다. 그 이후엔 삶의 터전을 새롭게 닦기 보다는 공기와 경치, 시설이 좋은 노인요양시설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내와 함께 하지 않는 전원생활은 늘그막의 문턱에서 외로움만 더 키우다 우울증에 걸릴 우려가 큽니다.

 

 

남편이 살림을 주체적으로 너끈히 해낼 수 있어야 아내가 따라 올 수 있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시골구석에서 다 늙은 서방님의 세끼 식사를 꼬박 차려 받쳐 줄 늙은 아내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원생활을 한다면서 아내가 도시에서도 하지 않을 일 시켜서는 안 된다는 아주 상식적인 말입니다.

 

 

완전한 시골로 단번에 옮기기 보다는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의 인근 소도시에 먼저 살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그 지방의 정서와 자신이 원하는 곳이 살만한 곳인가를 탐색해야 합니다. 대도시의 아파트도 제값 받고 팔기가 어려운데 큰돈을 드린 시골의 전원주택은 되팔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때도 사회, 경제적으로 완전히 손을 놓기 전에 시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을 꾸미고 살면 도시의 친지와 친구들이 찾아 올 것이라는 기대는 미리 접어야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이, 그리고 자주 와서 감탄과 부러움을 표하지만 도시에 찌들고 속박 당한 도시인들은 잠시, 잠깐 놀러 와서 즐기고 갈 뿐, 한번 찾아 온 이후에는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도시가 편하고 무엇보다 도시인들은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그동안 자신의 삶의 터전과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사실 그리해도 별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건 내 경험입니다.

 

 

전원주택의 삶이 성공하려면 오래 동안 사귀 온 마음에 맞는 가족이나 부부와 함께 내려오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때론 힘들고 외로울 때 옆에 위로해 주고 힘이 되 줄 사람이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원생활이 실패하는 이유는 현지화가 되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 입니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현지인들과 함께 동화되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들과 정서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하다가 퇴직하여 서울 근교에 별장 같은 전원주택을 지어 살다가 앞마당에 나름 조경을 한답시고 무거운 돌을 들다가 허리가 망가져 그 이후 내내 누어서 살아야 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반평생을 도시에서 노동을 하지 않다가 늙어서 몸을 함부로 하면 이렇게 어이없는 결과를 보기도 합니다.

(계속)